국악의 향기

우리악기 이야기 – 김홍도 편(2)

김홍도의 ‘무동’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악사들의 차림새를 보면 갓을 쓴 사람과 벙거지를 쓴 사람이 섞여 있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당시의 사회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즉, 이 시기에는 일반 서민들 중 경제적으로 큰 부를 축척한 사람이 양반 행색을 하고 다녔고, 당시의 ‘신분 해체 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에는 연주자의 모습을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북을 치는 사람을 보면, 듬직하게 생긴 이 사람은 한쪽 다리는 세우고 한쪽다리는 무릎을 꿇고 앉아 연주를 하고 있는데 다른 연주자들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장구잡이가 보이는데 그의 모습을 볼 때 이 그림이 잔뜩 흥이 달아오른 춤판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장구잡이가 신에 겨워 장구를 무릎 위로 올려놓고 연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을 치는 이 또한 흥겨워 질수록 빨라지는 템포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 다른 연주자들을 쳐다보며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장구잡이의 얼굴을 보면, 눈이 갓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입이 꽤나 만족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따라서 장구잡이는 지금, 음악에 한껏 도취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그런데 이상한 것은 장구의 북편(손으로 치는 부분)이 채편(장구채로 치는 부분)보다 더 두껍게 그려진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북편에서 나는 저음의 소리를 강조하기 위한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는 피리 연주자를 살펴보자. 우리악기 ‘피리’는 합주를 할 때 음악의 멜로디를 이끌어 가는 무척 중요한 악기인데 ‘삼현육각’편성에는 피리 연주자가 두 명 편성되고 이 그림에서도 역시 피리 연주자가 두 명이다. 피리를 불 때는 서양악기의 ‘리드’와 비슷한 ‘서’를 꽂아서 연주를 하는데 이 서가 너무 좁아서 입술을 꼭 물고 불어야 한다. 때문에 자연히 피리를 불면 두 볼이 부풀어 오르는데 김홍도는 이 모습을 생생히 표현하고 있다. 두 명의 연주자가 들고 있는 피리를 유심히 살펴보면 하나는 굵고 하나는 얇은 것을 알 수 있다. 굵은 것은 향피리, 가는 것은 세피리 일 것이고 이 중 향피리를 연주하는 이가 ‘목피리잡이’ 즉, ‘으뜸 피리’인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피리를 잡은 손이 제 각각 이다. 목피리는 오른 손이 피리 아랫부분을 잡고 있고 왼손이 윗 부분을 잡고 있는데 보통은 이와 반대로 피리를 잡고 연주하기 때문에 이 사람이 왼손잡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 그림 속에는 왼손잡이가 한 명 더 등장한다. 바로 대금 연주자. 이 사람 역시 악기를 반대로 들고 연주를 하고 있는데 요즘에야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이 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그림의 연주자 여섯명 중 두 명이 왼손잡이였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게 느껴지며 실제로 이들이 왼손잡이였는지 아니면 화가가 다른 의도로 이렇게 그린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대금잡이의 경우, 음악의 신명을 풀어내기 위해 그림의 구도를 원심적으로 펼치려다 보니 좌우를 뒤집어 그렸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그림에서 또 하나 궁금한 점이 있다. 바로 해금 연주자의 손 모양이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해금잡이는 등을 돌리고 연주를 하고 있는데 줄을 잡은 손의 손등이 보이고 있으니 손을 거꾸로 잡은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잡고서는 연주가 되지 않을텐데, 왜 김홍도는 해금잡이의 모습을 이렇게 그렸을까? 이것을 ‘고의의 실수’라 말하는 이도 있다. 즉, 일반 대중들이 흥미를 느끼게 틀린 그림 찾기 같은 조형놀이를 슬그머니 껴 넣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춤을 추는 소년이다. 이 소년을 자세히 보면 제일 먼저 눈에 띠는 것이 채색이 돼있다는 것이다. 녹색과 빨강, 파랑으로 포인트를 주고 있는데 긴소매의 두 팔은 왼쪽으로 뿌리고 있지만 눈길은 반대로 오른쪽으로 떨어뜨리고 있고, 환히 웃는 표정을 하고 온몸을 깡충 뛰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춤판의 흥이 한껏 달아올라 있고 음악의 한배(템포)가 빨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후배가 김홍도의 ‘무동’으로 십자수를 놓고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그림인 김홍도의 ‘무동’… 이 그림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그림에 담긴 악사들의 모습도 친숙하게 느낄 수있기를, 그리고 삼현육각에 맞춰 흥청거리는 우리 춤판의 신명과도 친숙해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박근희(국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