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Time

Coffee Time

벌써부터 연말 분위기로 다들 분주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올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들뜨기도 하지만 한편 초조하기도 하다.
한 해를 잘 마무리 짓고는 있는지….

이 맘때면 떠오르는 게 있다.
1741년 추운 겨울, 어두운 런던 거리 한 모퉁이에 지친 다리를 끌며 흐느적 걷는 초췌한 한 노인이 있었다. 헨델이다. 허름한 차림에 지쳐 보이기까지 하며 초라한 겉모습을 지녔지만, 지난 40여 년동안 그는 영국과 유럽 일대에 걸쳐 하늘을 찌르는 명성을 누려온 대 작곡가 였다. 왕실에서도 그에게 온갖 명예를 안겨 주었다. 그랬던 그에게 뇌출혈이 생겨 오른쪽 반신이 마비 되었고 손을 움직여 음표 하나 그릴 수 없는, 마치 길거리의 돌멩이처럼 버려진 신세가 되었다. 헨델은 인적이 없는 길을 천천히 계속해서 걸어갔다.
어둠 속에서 교회의 종탑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 왔다. 그는 마음 밑바닥으로 부터 우러러 나오는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한없는 슬픔에 싸여 돌아온 숙소에는 소포 한 다발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인 ‘찰스 제넨스’가 보낸 한 묶음의 오라토리오 가사였다. 이상하게 가슴을 찔러오는 대목에 시선이 고정되며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무려 24일 동안 거의 먹지도 않고 쉬지도 않으며 악상이 떠오르는 대로 마구 휘갈겨 악보를 그렸다. 몇 달이 지난 1742년 4월 13일 초연 몇 시간 전부터 극장 앞에 인파가 장사진을 쳤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바로 ‘메시아’이다. 할렐루야 합창이 시작되자 당시 영국 왕이었던 조지2세는 자신도 모르게 왕관을 벗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청중도 모두 일어섰다. 지금도 할렐루야 합창이 연주되면 일어서는 전통은 이때 생겼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몸과 마음이 힘들지만, 소망을 가져본다.

 

발행인 조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