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People

최규윤 / 캘거리대학병원 레지던트 1년차

초등학교 5학년 때 뉴질랜드에서 6개월 동안 지내다 왔습니다. 뉴질랜드에서 경험했던 학교생활이 그리워 부모님께 다시 유학을 가고 싶다고 했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오래 떨어져 지내는 것은 좋지 않다며 허락해 주시지 않았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유학 가길 원하는 것을 아신 아버지께서 드디어 허락해 주시어 혼자 사스카츄완으로 왔습니다.

얼마나 오고 싶었던 유학이었던지, 한국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쯤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도 사귀고 운동도 하면서 고등학교 3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샤스카츄완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방학이 되면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방문하여 해마다 해외의료봉사를 떠나시는 아버지를 따라 베트남, 캄보디아, 티베트로 의료선교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결핵내과 의사이신 아버지께서는 해외뿐 아니라 나병 환자 마을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도 자주 하셨는데, 그 일을 아주 즐겁게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의사라는 직업이 참 좋은 거로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대학교 4학년이 되면서 영주권도 취득하게 되어 메디컬 스쿨에도 지원할 자격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공부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터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메디컬 스쿨에 진학할 당시엔 대학 시절 최고 성적을 거둔 2년의 성적만 제출하면 되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응시했으나 결과는 낙방이었습니다. 두 번째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 두 번의 시험에 실패하고 나자 낙담하며 의욕도 상실되었습니다. 1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쉬고 있으려니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들어 우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포기는 언제든 할 수 있으니, 한 번 더 해 보자는 용기를 내보았습니다. 대학교에 아너 프로그램을 신청하여다시 1년간 공부하면서 좋은 성적을 받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성적을 올리고 나서 응시했더니 드디어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메디컬 스쿨은 인터뷰 시험이 중요한데 세 번째 인터뷰 시험에서는 그 동안의 실패를 거울삼아 열심히 준비해 간 덕분에 인터뷰에서도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5년간의 메디컬 스쿨을 마치고 캘거리 대학병원에 합격하여 현재 레지던트 1년 차 수련 중입니다. 아직도 영어는 넘어야 할 산처럼 쉽지 않고, 수많은 의학 지식을 익히느라 정신 없이 바쁩니다. 게다가, 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선배들 모두 훌륭한 분들인데, 그분들을 따라가기에 저는 아직 한참 모자라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체력과 ‘노력하면 된다.’는 제 신념을 따라 매일매일 밤늦도록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처럼 즐겁고 보람있는 삶을 살기 위해 힘들지만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취재: 백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