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사진출처: Global News

캐나다 정가를 뒤흔드는 SNC-Lavalin 스캔들

일반인은 잘 알지도 못할 회사가 오타와를 뒤흔들고 있다. SNC-Lavalin이라는 이름의 건설 엔지니어링 회사이다. 1911년에 세워진 이 유서 깊은 회사의 본사는 퀘벡에 있다. 다름 아닌 트루도 총리의 정치적 고향에 있다.

글로브 앤드 메일(Globe and Mail)의 보도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SNC-Lavalin은 형사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 저스틴 트루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총리실 소속 관리들이 연방정부의 조디 윌슨-레이볼드(Jody Wilson-Raybould) 법무부 장관에서 압력을 가해 형사 처벌 대신 벌금을 받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SNC-Lavalin은 2001년부터 2011년 사이에 리비아에서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고 건설 계약을 따낸 혐의로 2015년에 기소되었다. 또한 2018년에 연방 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될 때 같이 묻어서 처리된 ‘교정 협약(remediation agreements)’도 사실상 SNC-Lavalin의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교정 협약이란, 기업이 벌금이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되었을 때 기업과 경영진이 잘못을 인정하고 벌금을 내면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조를 한다면 형을 없애주는 것을 말한다. 이 조항이 예산안 통과에 들어가게 만들기 위한 캠페인과 로비가 모두 SNC-Lavalin의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SNC-Lavalin이 이렇듯 소송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문가들은 연방정부의 관급 공사 수주를 유지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캐나다에서 뇌물이나 사기 혐의로 최종 판결을 받게 되면 10년 동안 연방정부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가 없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이 회사는 퀘벡을 포함해서 캐나다 전역에서 대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캘거리에서는 Foothills hospital 공사를 맡고 있다.) 이 회사가 퀘벡에서 진행 중인 63억 불 규모의 철도 건설 사업은 캐나다 인프라 은행이 투자한 유일한 프로젝트이다. 캐나다 인프라 은행은 2016년에 트루도 정부가 들어서면서 만든 인프라 투자 전문 은행이다.

언론사의 보도가 있은 후에 저스틴 트루도 총리는 SNC-Lavalin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실은 시인했으나 윌슨-레이볼드 법무부 장관에게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단지 법무부 장관에게 사적으로 결정은 그녀의 몫이라고만 말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트루도 총리는 법무부 장관이 여전히 자신의 각료로 함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외부의 객관적인 조사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바로 이 윌슨-레이볼드 법무부 장관이 화요일 오전에 전격 자진 사임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는 형국이다. 트루도 총리는 화요일 오후에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부 장관의 결정에 “놀라고 실망했다”면서 그녀의 사임은 최근 벌어진 일과 “관련이 없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듯하다.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부 장관은 인터넷에 공개한 사직서(letter of resignation)를 통해서, “많은 캐나다인이 지난 주 내내 언론에 오르내린 건들에 관해 내가 얘기해주길 바라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나는 이 건에 대해 내가 언급해도 법적으로 무방한지에 관해 토마스 알버타 크롬웰 전 대법관의 조언을 받고 있는 중이다”라고 알렸다. 그녀가 법적 조언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녀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연방정부 변호사(Attorney general) 직책을 가졌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이런 경우 연방정부는 의뢰인이 되기 때문에 정보 기밀 유지 의무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스캔들은 트루도 정부에게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우선 윌슨-레이볼드 법무부 장관의 상징성이 있다. 밴쿠버 지역의 주의원인 그녀는 원주민 출신으로 최초의 법무부 장관이 되었다. 따라서 원주민들과의 화해에 큰 노력을 기울여 왔던 트루도 정부에게는 상처가 되었다. 또한 퀘벡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이미 트루도 정부는 퀘벡에 본사를 둔 봄바르디에에 엄청난 재정적 지원을 해주어 미국과의 무역 마찰까지 불러온 전례가 있다. 알버타의 일부에서는 Trans Mountain 파이프라인과 비교를 하고 있다. Trans Mountain 파이프라인이 좌절되었을 때는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던 트루도 총리가 고향 기업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전화 한 통으로 움직였다는 비난이 벌써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