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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실 / 스쿨버스 운전사

임은실 씨는 다섯 아이의 엄마이자 스쿨버스 드라이버이다. 캘거리에 도착한 이듬해 막내를 출산하였는데 산후 우울증에 여러 가지 맘고생까지 겹쳐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 지나간 날이고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며 편안한 얼굴로 흘려버릴 만큼 안정적인 이민자로 자리 잡았다. 그가 근로 허가증을 받고 캘거리에 와서 영주권을 얻기까지의 과정, 5종 보통 운전면허 밖에 없던 그가 어떻게 스쿨버스 운전을 하게 되었는지, 또, 스쿨버스 운전사로서의 근무 조건은 어떠한지 들어보았다.

 

2008년 3월 17일
공항에 내리던 그 날, 봄이었는데 참 추웠던 기억만 나네요.
아이 넷과 시아버지 그리고 남편과 함께 캘거리에 도착했는데 참 춥더군요. 와서 바로 다섯째를 갖고 이듬해 낳았어요. 오자마자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어요.

 

루핑 회사에 취직한 남편
한국에서는 남편과 함께 영어학원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학부모 중 한 분이 캐나다로 이민 가려고 한다며 정보를 주더군요. 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하여 캐나다 현지 회사 오너가 직접 한국으로 와 인력 채용을 한다는 거예요. 서둘러 준비하여 남편이 면접을 봤는데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덕분인지 채용되었어요. 고용 허가증을 받고 직장도 구하여 캘거리로 이사를 온 거지요. 지금도 그런 제도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운 좋은 출발을 한 셈이지요. 남편은 지금도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6년 걸려 받은 영주권
2년 후에서야 기술직(skilled worker)이어야만 이민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2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알게 된 거지요. 우리는 unskilled worker였는데 보수가 낮아 영주권 신청 자격이 안 된다는 거예요. 기술직(skilled)으로 다시 영주권을 신청했지만 이번엔 서류 중 하나가 누락됐다며 거절되더군요. 그런 우여곡절을 겪은 후 6년 만에 영주권을 받았어요. 받은 순간에는 참 좋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삶이 달라진 것은 없었어요. 그런데, 영주권을 쉽게 받지 못하게 되자 처음엔 느긋하던 마음도 일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힘들어지더군요.

 

캘거리에서 낳은 다섯째 그리고 산후 우울증
이곳에서는 출산 후에 간호사가 산모에게 신생아를 다루는 법을 교육해 주더군요. 저는 이미 한국에서 4명의 아이를 낳고 기른 엄마라서 따로 배울 게 있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새롭게 배울 게 있어 저도 놀랐어요. 지금은 뭘 배웠는지 기억도 안나지만요. 그런데, 아이 출산 후 몸무게가 78kg까지 불어났어요. 산후 부종이 빠지지않고 그대로 살이 된 거죠. 저는 밝은 성격이었는데 워낙 살이 찌고나니 도무지 의욕도 없어지고 행복하지 않았어요.

 

철야 기도와 Personal Trainer(PT)
순탄할 줄 알았던 영주권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5명의 아이와 시아버지 거기에 조카까지 9식구가 함께 살게 되었어요. 식구들이 많다 보니 끼니마다 챙기는 것만도 엄청났지요. 거기에 빨래와 청소 그리고 아기 돌보기는 기본이었어요. 그러니, 출산 후 보통 한국 산모들이 하는 몸조리는 아예 꿈도 꾸지 못했지요. 출산한 지 9개월쯤 되었나 봐요. 심신에 극도의 스트레스가 쌓인 데다 건강에도 이상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허리통증은 물론이요. 무릎에는 물이 차올라 퉁퉁 부어왔지요. 어릴 적 시골 교회 나이 드신 집사님들께서 다리에 물이 차 힘들다시던 말씀이 뇌리를 스쳐 가면서 갑자기 이게 뭔가? 싶었어요. 좌절감, 참담함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 아팠어요. 이렇게 내 인생은 끝인가? 싶은 상황에 위로받고 싶은 남편마저도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날카로운 모습만 보였어요. 출구가 보이지 않던 참 어둡고 암담한 시간이었어요. 그렇게 보내던 중 철야 기도를 하게 되었어요. 기도하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던지……..한참을 울고 나니 ‘그래! 한번 해 보자! 먼저 살을 빼고 건강도 회복하자! 올망졸망 아이 다섯을 어떻게든 키워야지 않겠냐?!’ 며 어디선지 모르게 뜨거운 것이 차올라오며 굳게 결심을 했지요. 그렇게 해서 시작한 운동과 다이어트는 3개월 만에 15kg을 감량하였고 내친김에 PT 자격증 까지 따게 되었지요. 그런데, 막상 전문적인 PT가 될 자신이 생기진 않더군요.
요즘 다시 불어난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 운동하면서 새롭게 의지를 불태우는 중이에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베네핏
막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자 저도 뭔가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베네핏을 얻을 수 있는 곳에 가보자 싶어 수퍼스토어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남편 회사에서는 베네핏 제공이 안 되기 때문에 그게 가장 급선무였지요. 남는 시간엔 우버 운전도 시작했어요. 그러다 교회 집사님으로부터 스쿨버스 운전 일을 전해 들었어요. 이력서만 내면 바로 연락이 온다고 하더군요.

 

스쿨버스 운전
5종 보통 운전면허밖에 없었지만, First Student Calgary와 Southland 두 군데에 이력서를 냈는데 먼저 연락 온 First Student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Southland에서도 좀 늦게 연락이 왔더군요. 지난해 여름 교육받고 Class 4 면허도 회사를 통해 취득한 후 일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올해 Southland가 입찰을 통해 200 route 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제 루트도 southland 소속이 되었어요. 그래서 오는 7월 8일 Southland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다시 받고 9월부터는 Southland 소속으로 일하게 됩니다. 스쿨버스다 보니 방학 간에는 일하지 않으며 대신 EI(실업수당)를 받게 돼요. 오전과 오후 등하교 시간에만 일하는 파트 타임이에요.

 

서행 운전과 여유만 가지면 됩니다.
제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요. 지난해 10월 엄청나게 눈이 많이 와서 첫 운행부터가 순조롭지 않았지요. 버스가 오르막길에서 멈춰서자 한국에서 하던 습관으로 빨리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것 같아 무리하게 하다 하마터면 사고 위험까지 있었어요. 그 일이 있고 난 후 깨달았죠. 섣부른 판단으로 혼자서 애쓰다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지 말고 최대한 안전 우선으로 사무실과 접촉하고 도움을 청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임을…. 스쿨버스이다 보니 최대 속도가 60km/h 이상 넘지 않아요. 하이웨이는 90km/h이지만 다른 도로는 규정대로 하면 되고요. 학생을 픽업하는 도로가 대부분 동네 길이라서 40km/h로 달리게 되니 비교적 안전하다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저와 같은 아줌마도 하고 있지 않겠어요?!

 

앞으로는 Personal Trainer도 병행
지금도 건강을 위해 계속해서 운동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제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운동은 신체뿐 아니라 마음 건강에도 좋거든요. 과거 비만에 우울증까지 겹쳐 힘들어하던 제가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되찾은 경험을 살려 다른 사람도 도울 수 있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Personal Trainer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여름방학엔 스쿨버스 운전도 하지 않으니 더 적극적으로 PT 일을 하려고 합니다.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되찾은 건강과 새로운 삶을 나눠드리고 싶어요.

 

 

취재: 백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