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향기

판소리 이야기 1 – 서편제

1993년 한국 영화계의 화제가 됐던 영화 <서편제>. 이 영화는 단일극장에서 100만명 이상의 최대 관객을 동원한 신화를 갖고 있는데 영화 <서편제>의 모든 것이 화제였다. 송화 역을 맡았던 오정해씨를 비롯해서 영화 속 등장인물과 배경이 되었던 장소가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렸고 김수철이 작곡한 영화음악 OST가 불티나게 팔렸으며 판소리 뿐 아니라 국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다음해인 1994년이 ‘국악의 해’로 정해지기도 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영화간판은 지금과는 다르게 그림으로 그렸는데 오랫동안 햇빛을 받아 간판의 색깔이 바래서 서편제의 주인공 송화의 갈색 한복은 덧칠까지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리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것이 있다. ‘서편제’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서편제는 ‘서편’에서 전해지는 소리제(制), 즉 소리 스타일을 뜻한다. 그렇다면 ‘서편’은 어느 곳일까? 그 기준은 섬진강이며 섬진강의 서쪽 지역인 광주, 나주, 담양, 화순, 그리고 보성이 바로 ‘서편’이다. 따라서 서편제는 이곳에서 전해지는 소리이며 보성에서 말년을 보낸 명창 박유전의 소리를 표준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섬진강의 동쪽 지역의 소리는 무엇일까? 이 지역의 소리를 ‘동편제’ 라고 하는데 동편제는 남원, 순창, 곡성, 구례 등지에 전승된 소리이며 ‘가왕(歌王)으로 불리던 운봉 출신의 송흥록의 소리를 표준으로 삼고 있다. 이 밖에도 판소리는 충청도, 경기도 지역에서 전승되던 ‘중고제’가 있는데 중고제는 비동비서(非東非西) 즉, 동편과 서편의 중간소리였으며 일제강점기 이후 전승이 끊어졌다.
서편제와 동편제는 차이점이 많다. 먼저 음악적인 면에서 본다면, 서편제는 슬픈 가락이 많고 동편제는 쭉쭉 뻗는 꿋꿋한 소리가 많다. 동편제는 기교를 부리지 않는데 비해 서편제는 ‘엇부침’이라고 하는 매우 기교적인 리듬을 구사한다. 동편제와 서편제는 발성도 다르다. 동편제는 통성을 주로 사용하고 서편제는 장식음이 많이 들어가며 동편제는 발림(소리를 할 때의 몸동장)이 적은데 서편제는 발림이 다양한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 이러한 판소리의 구분은 개화기 이전에는 어느 정도 가능했을지 몰라도 현대에 와서는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예전에는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지역마다 소리의 교류가 적었고, 따라서 고장마다의 특색을 지니며 소리가 발달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리의 고장’에 가보면 여전히 스승으로부터 이어받은 소리의 계보와 뿌리를 이어가는 명창들이 있고 그들에게 소리를 배우고 있는 차세대 명창들과 소리꿈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박근희(국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