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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진 / 캘거리 한인소년소녀합창단 피아노 반주자

캘거리에 이민 온 지 3년이 되어갑니다. 외동딸인 제가 막상 이민 간다고 했을 때 그다지 반대하지 않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의외였습니다. 대학 재학 중 외국 유학 준비를 다 마치고 교회에서 환송 기도까지 받은 후 큰 짐가방을 현관문 앞에 놓고 잠자리에 들었던 그날 밤이 기억나네요. 자려고 누워있는데 아버지께서 제 방으로 오셔서 제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시면서 서운하다시며 어찌나 우시던지…. 결국, 아버지의 기도를 듣고는 유학을 포기하고 말았거든요. 그랬던 제가, 결혼하여 남편과 함께 이민 오는 것은 그다지 반대하지 않으셨기 때문이지요. 아마도, 제 곁에 남편이 있어 맘이 놓이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울산에서 목회하시는 아버지 슬하에서 외동딸로 자랐습니다. 교회는 제 삶에 있어서 아주 자연스러운 환경이고 교회를 통해 성장했다 할 수 있지요. 피아노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도 오래전이라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5살쯤이었을 거예요. 피아노를 전공하신 교회 집사님께 배우기 시작했는데, 피아노가 그리 좋더군요. 연습이 싫거나 짜증 나지 않을 만큼 좋았거든요. 건반 하나하나를 눌러 만들어지는 소리가 왜 그런지 그리도 좋더라고요. 초등학교 5학년쯤엔가 자연스레 전공을 생각한 후 피아노는 지금까지 제 삶의 동반자나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레스도 피아노 연주를 하면 어느새 해소되곤 하니까요.

 

부모님이 그러셨듯 저도 역시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혼자서 자라다 보니 혹시 이기심이 많은 아이로 자라지나 않을까 싶고, 양보하는 마음이나 여럿이 어울리며 배워나갈 수 있는 소양을 터득하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물론, 한국 아이들과 자주 어울리며 놀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래서, 합창단 활동을 생각해 냈습니다. 저는 자라면서 피아노뿐 아니라 바이올린 등 여러 악기를 배웠고 합창단 활동 기회도 많았습니다. 모든 악기가 혼자서 소리를 내지만 합창은 ‘함께’해야만 소리가 만들어집니다. 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단원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조화를 이뤄야만 아름다운 소리가 나올 수 있거든요. 서로 다른 생각과 취미를 가진 타인들이 함께 노력하여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내는 과정, 그 재미를 깨달으면 참 좋거든요.

 

합창은 내 안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소리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답니다. 합창단 활동을 통해서 제 딸의 내면이 아름답게 가꾸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소년소녀합창단을 결성하자고 사실 제가 먼저 권했습니다.

 

소년소녀합창단이 시작한 지 이제 반년이 채 안 되었습니다만, 제 마음은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 아이들의 예쁜 목소리로 해외 순회공연에 나설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하면서, 아이들이 합창단을 통해서 선한 내면을 잘 개발하여 밝게 성장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취재: 백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