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선의 실타래

사과에 얽힌 인간사 – 2부

사과의 유래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사과에 얽힌 인간사를 풀어보겠다. 글의 시작에 앞서 대학입시를 앞두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보자면, 예를 들면, 오랜 전통의 엿, 찰떡에서 최근의 젖병(젖 먹던 힘까지), 휴지(술술 잘 풀라고) 그리고 등장한 것이 합격사과이다.

대학입시에도 사과가 등장하는데 그것은 합격사과이다.

합격사과의 효시는 1991년 일본의 최대 사과 생산지인 ‘아오모리 현’에 엄청난 태풍이 휩쓸어 수확을 앞둔 사과의 90%가 낙과했다. 마을사람 모두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그 중 한 사람이(위기의 상황에선 꼭 이런 사람이 나타난다) “괜찮아!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떨어지지 않은 10%의 사과가 있잖아. 이것을 떨어지지 않는 사과로 만들어서 팔아보자. 시험에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합격사과’를 만들어서 팔아보는 거야” 라고 마을사람들에게 제안했다. “초속 40M의 초()초()강력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았던 바로 그 사과! 내 인생에 어떤 시련이 불어 닥친다고 해도 나를 떨어지지 않게 해줄 그 사과! 합격사과”  

이런 문구를 새겨 넣은 사과는 날개 달린 듯이 팔려 10%의 사과로 전년대비 30%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사과는 위기도 기회로 만들어준다. 절망의 위기가 오거든 사과를 생각하라 길이 보일 것이다.

 

인류의 시작과 사랑의 시작

 

에덴동산에서 이브가 뱀에 속아 금단의 열매인 사과를 먹었는데 혼자 아닌 아담까지 먹게 하였다. 이로 인하여 두 사람은 부끄러움을 알게 되고 그 벌로써 아담은 평생 가족을 부양하고 이브는 출산의 고통을 갖게 되었는데 이 또한 사과로부터 시작되었다. 부끄러움과 출산이 갖는 함축적 의미는 두 사람이 사랑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아담과 이브 두 사람이 인류의 시초이면서 동시에 출산을 통해 2세를 낳게 되었으니 인류의 번성과 종족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사랑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과는 유혹의 과일이기도 하니 선남선녀여! 조심할지어다.

 

미의 대전의 시작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처럼 미스 그리스 여신 선발대회의 시작도 사과로부터 시작된다. 올림푸스의 신들이 세계를 지배하던 아주 먼 옛날 이야기다. 펠레우스 왕과 바다의 요정 테티스의 결혼식에 왕따 당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결혼식에 불쑥 나타나 사과 하나를 잔칫상 앞으로 던진다. 그리고 유유히 사라진다.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그리스 여신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이를 집어 들은 제우스가 평소 작업 걸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무심코 주려다가 뒤 통수가 따가움을 느끼니 바로 아내인 헤라의 날카로운 눈초리였다. 순간 손을 거둬들이고 잠시 숨을 들이쉬자, 먼저 헤라가 나서 제우스를 쳐다보며 “나는 존귀하신 신들의 신 제우스의 아내이며 신성한 결혼의 여신이니 당연히 내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자 아테나가 나서 “정의와 지혜로운 전쟁의 여신으로서 내가 지닌 지혜의 아름다움은 모든 다른 신의 지혜의 아름다움을 앞서니 주인은 바로 나”라고 주장한다. 살짝 웃음을 참고 있던 아프로디테가 조개를 타고 나타나 “아름다움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니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인 내가 주인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인간세상도 아닌 한 미모 한다는 여신들이 나서서 서로 주장하니 모든 신들이 어느 여신에게도 표를 주지 못하고 망설였다. 제우스 또한 망설이고 있었고 그사이 세 여신은 트로이에서 태어난 아기 파리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서로 싸우고 있었다. 영생불멸의 신들의 세계이니 몇 십 년이야 새 발의 피로나 여겼겠는가? 그저 한 순간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곤란한 처치에 놓인 제우스는 서로 책임을 미루는 신들을 피해 인간인 파리스에게 그 사과를 주고 결정하게 하였다. 이로써 진정한 미스 그리스 여신 선발대회가 파리스 심사위원장 앞에서 펼쳐지게 되었고, 재물과 권력과 명예를 준다는 헤라와 하버드를 수석 입학할 지혜를 주겠다는 아테나를 뒤로하고 자기만큼 인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과 짝을 이루게 해주겠다는 아프로디테의 말 한마디에 한 순간의 고민도 없이 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주었다.

트로이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프로티테가 약속을 지켜 헬레네를 파리스에게 소개하였는데 당시 스파르타의 왕 아가멤논의 동생인 메넬라오스의 아내, 미스 그리스 헬레네를 파리스가 꼬셔서 보쌈을 해 온 것이다. 이에 격분한 메넬라오스가 형을 설득하여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와의 전쟁이 시작 된 것이다. 전쟁의 승리를 위해 아가멤논은 자신의 친 딸 이피게네아를 재물로 바치기까지 하였으니 이 전쟁의 참혹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킬레우스와 트로이목마가 등장하는 트로이전쟁의 시작이다.

사과 하나가 불러온 불행한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와 맞바꿀 뻔한 사과

 

영웅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의 황금사과 나무에서 사과를 따오라는 왕의 명령을 받고 고민한다. 힘이야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으나 감히 제우스가 애지중지하는 황금사과 를 훔쳐 온다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우스의 벌을 받아 지구를 떠 받들고 있는 아틀라스를 찾아가 부탁하고, 이를 수락한 아틀라스가 황금사과를 가져 올 동안 지구를 대신 들고 있으라고 한다. 황금사과를 무사히 가져온 아틀라스가 헤라클레스에게 사과를 주려는 순간 지구를 지고 있는 헤라클레스를 보고 자신이 지구로부터 해방되었다는 것을 자각한다. 그래서 헤라클레스에게 “친구 수고하게”하고 떠나려 하자 놀란 헤라클레스가 꾀를 내어 다급하게 “친구! 잠시만” 하고 아틀라스를 부르며 말한다. 내가 준비 없이 지구를 들다 보니 바지가 흘러내리네 잠시만 들고 있어주면 바지춤 좀 챙기고 다시 들겠네, 하고 말하자 그 정도야 하고 아틀라스가 들어주게 되어 결국은 다시 아틀라스가 지구를 들고 있게 된 것이다.

사과와 지구를 맞바꿀뻔한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