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Time
세월 속에 묻혀버릴
2020년 달력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지나온 한 해의 일들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참으로 황당한 한 해였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정의된 상식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지식조차도 그리 큰 도움이
못 되는 것 같았으며
고립된 느낌 속에 오히려 탄식만
늘어난 것 같다.
하얗게 눈이 내린 집 밖을 바라본다.
이사 온 후 똑같은 장소에서
눈 쌓인 풍경을 보아온 지 25년이 되었으며,
그 햇수만큼 눈 녹는 광경 또한 보아왔다.
해마다 큰 차이 없이…..
하지만 올해는 무척 다르다.
들떠 보내던 크리스마스도 얼떨결에 지나갔고
언제나 새해를 맞이해서는
만두 빚고, 갈비찜에, 생선전, 잡채 등의
음식들을 장만하느라 부산을 떨며 마냥 즐거워했고,
손주들의 어설픈 세배를 받으면서 그렇게 행복했는데
이 또한 오는 새해에는 어렵게 되었다.
뭔지 모르게 허탈한 느낌이 든다.
명확한 답이 없으니 답답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2021 신축년 봄이 오면
뒷마당의 사과꽃은 다시 필 것이다.
노오란 민들레꽃도…..
통 속의 커피가 거의 떨어져 가고 있다.
바닥이 보이기 전에 신선한 커피 빈을 갈아서
가득 채워 놓아야겠다.
발행인 조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