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타 보건 서비스가 선별적 진료 기준을 내놓았습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더 아픈 사람이 있으니까 치료를 해줄 수 없다고 한다면 황당할 것이다. 치료비가 없어서 퇴짜를 맞는 경우는 있어도 내가 남보다 덜 아파서 퇴짜를 맞는 일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그러하다.
하지만 병원에 너무 환자가 많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응급실에 갔더니 지금은 봐줄 수 없으니 다른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듣는 상황은 왠지 익숙하다. 그런데 다른 병원으로 가도 마찬가지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COVID-19 환자가 증가하면서 알버타의 병원 시스템에 부하가 걸리기 시작하자, 알버타 보건 서비스가 트리아지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트리아지(triage)란 병의 정도에 따라 치료 유무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4월 30일(금)에 공개된 중환자 관리 트리아지 계획(Critical Care Triage Plan)이라는 이름의 50페이지짜리 계획안은 보건당국이 모두 대체 수단을 소진했을 때 가동된다. 대체 수단이란 환자나 의료진을 이동시키는 일들을 말한다.
계획안에 따르면 트리아지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네 가지 단계를 규정해 놓았다.
“Minor surge” 단계는 중환자수가 병원의 자원을 뛰어 넘는 상황이다. 이때는 다른 중환자 병동의 직원이 투입되거나 일부 환자를 회복실로 이동시킬 수 있다.
“Moderate surge” 단계에서는 다른 병동의 직원이 투입되거나 환자를 회복실 혹은 다른 병동의 집중치료실로 이동시키게 된다. 또한 응급실에 있는 환자의 이동이 지연될 수 있다.
알버타 주에 있는 집중치료실의 90%까지 환자로 채워지면 “major surge” 단계가 된다. 이제는 1년 내에 생존할 확률이 20% 이상으로 추정되는 환자만 집중치료실에 들어간다.
알버타 주에 있는 집중치료실의 95%까지 환자로 채워지면 “large-scale surge” 단계로 넘어간다. 1년 내에 생존할 확률이 50% 이상으로 추정되는 환자만 집중치료실에 들어가며, 소아과도 트리아지를 고려할 수 있다.
트리아지에서 조건을 따질 때는 환자의 나이, 성별, 사회적 지위, 인종, 장애, 직업, 치료 비용은 고려되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치료 유무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면 환자나 가족은 이에 대해 이의를 신청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