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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albertahealthservices.ca

정신 질환을 이유로 형벌을 면했지만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이들

정신 질환은 희소한 질병이 아니다. 정신 질환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범위가 달라지기는 하겠으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스스로를 정신 질환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때는 누가 알까 쉬쉬했던 정신 질환을 세상에 드러내 놓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면책을 받기 위해서이다. 끔찍한 살인이나 폭력을 저지르고는 정신 질환을 이유로 들어 형벌을 면제받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작게는 길 가던 행인을 갑자기 때리는 범죄 행위에서부터 여러 명을 칼로 무참히 찔러 살해하는 행위까지 다양하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할 때도 있지만 자신을 키워 준 부모를 해칠 때도 있다.

알버타에서 최근에 발생했던 이런 사례로는 매튜 드 그루드(Matthew de Grood) 사건이 있다. 2016년에 캘거리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매튜 드 그루드라는 청년이 캘거리 대학교에 다니는 지인 여러 명을 칼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다. 매튜 드 그루드는 자신이 신의 아들이라고 믿었으며 뱀파이어와 메두사로부터 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며 그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재판에서 그는 NCR(형사적 책임 없음)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즉, 범행은 저질렀으나 형벌은 받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정신 질환 등을 이유로 NCR 판결을 받는 사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재판 후에 일상 생활로 돌아갔을까? 그렇지는 않다. 정신 질환을 이유로 형사적 책임은 면했을지라도 사회와 격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이 격리되는 곳은 다름 아닌 병원이다. 2011년에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04년 사이에 법정 정신 건강 시설에 수용되는 가해자의 수가 매년 2배씩 증가했다고 한다. 결국 창살을 피했을 뿐, 제한된 공간 속에 갇히는 것은 피하지 못한 셈이다.

알버타에서 이런 법정 정신 건강 시설로 대표적인 곳이 에드먼턴 외곽에 있는 Alberta Hospital Edmonton이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 입원 중인 정신 질환 범죄자는 1975년에 NCR 판결을 받은 러셀 존 오시(Russell John O’Shea) 씨이다. 그는 라이플 총으로 한 부부를 살해했는데 정신 이상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제 80세를 바라보는 그는 지난 2월에도 퇴원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는 정신병이 없으며 더 이상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심사위원회는 여전히 같은 망상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UCP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런 환자에 대한 심사 기준은 더욱 엄격해졌다. 2019년에 매튜 드 그루드는 심사위원회(Alberta Review Board)에서 일부 자유를 승인받았다. 에드먼턴시에 혼자 외출할 수 있고, 보호자가 있으면 외박도 가능하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러자 살인 사건 피해자 가족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더그 슈와이저는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사위원회 소속 위원 일부가 교체되었다. 현재 심사위원회의 위원 대다수는 UCP 정부가 임명한 사람들이다.

병원에 갇혀 있는 가해자의 가족들은 새로운 심사위원회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알버타 항소법원은 심사위원회의 결정들에 대해 재심사를 요구하는 판결을 세 번이나 내린 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