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향기

판소리 이야기 3 – 추임새

지난호 <국악의 향기>에서 ‘일고수 이명창’이라는 말을 소개했었다. 판소리 판에서 첫번째로 중요한 것이 고수(판소리의 반주인 ‘북’을 연주 하는 사람)이고 두번째가 명창이라는 뜻으로 고수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고, 실제로 아무리 뛰어난 명창이라고 하더라도 고수가 북을 잘 쳐야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고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얼씨구”, “좋지”, “잘한다”, “그렇지”와 같은 ‘추임새’를 넣는 것이다. 그렇다면 추임새는 무엇일까?

 

추임새는 ‘추어준다’라는 말에서 온 것으로  ‘상대방을 추어올리다’, ‘치켜세우다’라는 뜻이고 상대를 높이고 칭찬해서 사기를 북돋아 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따라서 소리판에서는 소리꾼의 흥을 돋아 주고 격려를 하기 위해 추임새를 하곤 하며 추임새는 소리를 하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 줄 뿐만 아니라 소리판의 신명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추임새는 고수뿐 아니라 청중, 즉 관객의 몫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일고수 이명창 삼청중’이라는 말을 한다. 청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소리판에서 청중은 객이 아닌 또 다른 주인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판소리판에서는 훌륭한 청중, 판소리팬들을 ‘귀명창’이라 부르며 그 중요성을 ‘명창’에 견주기도 하였다.

음악의 흐름에 따라 적재적수에 넣는 추임새는 소리판을 더욱 신명나게 하고 소리꾼에게 힘을 주는데 말로 하는 추임새 외에도 행동으로 하는 추임새가 있다. 고개를 끄덕이고, 창자에게 ‘잘한다’고 손짓을 하고, 슬픈 대목에서 슬퍼하고, 기쁜 대목에서 기뻐하고, 판소리가 끝나는 대목마다 박수를 치는 것들도 추임새라고 할 수 있다.

 

추임새를 어떤 위치에 넣어야 한다는 규칙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리 도중에 아무 곳에서나 추임새를 남발하는 것은 곤란하다. 소리꾼이 판소리의 흐름을 잘 탈 수 있도록, 적절한 곳에서 추임새로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또한 판소리 사설의 내용 혹은 소리판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추임새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리가 슬플 때는 추임새도 슬픈 어조로 하고, 즐거운 대목에서는 힘차고 흥겨운 추임새를 해야 한다. 〈심청가〉 중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대목에서 나오는 추임새는 감동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며, 〈춘향가〉 중 어사가 출두하여 변학도를 벌 주는 대목에서 나오는 추임새는 권선징악적인 결말에 대한 공감의 추임새인 것이다. 또한 청중들은 소리꾼의 성음이나 소리가 매우 뛰어나 순간적으로 황홀함과 감동을 느꼈을 때도 추임새를 한다. 이렇게 판소리는 소리꾼과 청중 사이의 교감이 판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열린 예술’이다.

 

추임새가 소리판 뿐 아니라 우리들 곁에도 있으면 좋겠다. 추임새를 통해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생활의 추임새’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박근희(국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