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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아주 죽여주네요

알버타의 겨울을 미워하는 이도 여름은 사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런데 이제는 알버타의 여름도 두려워지기 시작할 것 같다. 너무 덥다.

29일(화) 캘거리의 낮 기온은 35.4도까지 올랐다. ‘뭐 이 정도가 대수이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다. 하긴 한국의 대구에서는 39도까지 올라가서 사람을 껴안는 것이 더 시원하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6월이다. 8월이라면 이해가 되는 기온이지만 6월에 이런 기온을 경험한 지는 100년도 더 되었다고 한다. 6월 29일 낮 기온으로는 125년 만에 최고 기온이었다. 아니? 그러고 보니 1896년에도 34.4도까지 올랐던 적이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러면 앞으로 125년 동안은 이런 일이 안 생길 수도…

하지만 과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온실 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점점 더 심각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기는 B.C.주의 리튼(Lytton)이라는 곳은 29일(화)에 무려 49도를 기록했다. 오 마이 갓! 49도라니. 이건 목욕탕의 뜨거운 열탕보다도 더 뜨거운 온도가 아닌가. B.C.주는 지난주부터 이어지는 이상 고온으로 인해 급사한 사람이 120명이 넘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루 잠깐 더운 것도 아니고 이런 더위가 4~5일을 이어지는 것은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일단 B.C.주에서는 각종 시설이 녹아내리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뜨거워질 줄은 상상도 못 하고 만들었던 시설들이 견디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로키 산맥의 눈이 녹으면서 홍수를 겪는 곳도 생겼다. 또한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면서 전기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알버타의 경우도 29일 오후 4시 34분에 에너지 비상 경보가 발령되었다. 이렇게 더운데 갑자기 변전소가 고장이 나서 전기마저 끊기면 정말 난리가 날 것이다.

농부들도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상 고온으로 인해서 농작물의 작황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팬데믹 이후에 물가 상승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흉년이라도 들면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B.C.에 이르는 북미 서부 해안과 몬태나, 알버타, 사스카츄완, 매니토바의 내륙을 덮고 있는 거대한 열 돔(heat dome)은 아주 서서히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알버타는 이번 주말이 되어야 조금 숨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