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법

차별을 어떻게 대응해 나가면 좋을까?(8)

차별은 환경이나 나이를 막론하고 발생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이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어린 자녀나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부모의 대응 방법은 자녀에게 그대로 학습될 수 있다. 특히,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는 성장기에 이런 정신적인 충격은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차별을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 탓하지 말고 당당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하고, 바른 생각을 통한 자존감과 자신감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백전희: 사실 이번 팬더믹으로 인해 ‘동양인 차별’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전까지 흑인 차별은  끊임없이 회자하고 개선해 보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동양인이 겪는 차별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고 사회적으로 대두된 적이 없지 않았나요?

김영인: 모자이크 사회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당연히 해야 하는 거로 생각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을 축소하기 위해 일하고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특히 교육에 있어서 아직도 다양성의 중요 그리고 말 뿐만이 아닌 이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 등이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관련 단체에서 끊임없이 연구도 하고 있고 좋은 사례들을 찾아 좀 더 나은 교육 방침이나 내용을 제시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올바른 교육과 생각에서 시작되는 거니까요.

 

백전희: 지난주에 언급된 경우처럼 자녀가 학교에서 차별을 겪더라도 영어가 서투른 부모일 경우, 즉각적으로 학교에 항의할 수는 없지요. 대부분 차별을 경험해도 속앓이하더라도 참고 그냥 지나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영인: 개인적으로는 언어의 장벽이 1순위라기보다는 인종차별에 관한 지식이 많지 않아 상황의 심각성을 간과할 수도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다음은 누구를 찾아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또 재발 방지를 위해 학교 측에서 협조해줄 것인가, 혹은 어떤 조치를 해줄 것인가 등 여러 불확실함과 번거로워질 수 있는 과정 때문에 더 움츠러들게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부모님이 하는 걸 보고 자녀도 앞으로 이런 상황들이 일어났을 때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결정되기도 하거든요. 이걸로 자존감이나 자신감 등에 큰 타격을 입기도 합니다. 특히 자아 정체감 형성이 활발한 청소년기를 거치는 자녀들이라면 이런 부분에 있어 민감하게 받아들이기가 더 쉽겠죠.

 

자녀의 경험이 부모에게 공유가 된 시점이라면 함께 그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꼭 부모가 학교에 가서 항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다시 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 아이가 본인 탓을 하지 않고 당당하게 가해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내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는 게 될 수 있거든요. 바른 생각들로 비롯된 좋은 자존감을 형성하고 점점 스스로 딛고 일어설 수 있게, 이런 과정은 어렵더라도 꼭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백전희: 뉴스에 거론되는 차별 관련 범죄에 이슬람교도를 향한 혐오 범죄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마 전 토론토에서 일가족이 산책 중 신호를 기다리다가 20대 청년이 운전하던 트럭으로 들이받아 9살 난 남자아이를 제외한 일가족이 현장에서 즉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는 걸까요?

김영인: 혐오 범죄는 개인이나 단체가 가진 깊은 편견에 비롯하여 혐오하는 상대 그룹에 속하거나 속해 보이는 불특정 다수에게 일어납니다. 무슬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주변에서 들어 온 (저지되지 않는) 혐오 발언들이나 대중매체에서 접한 자극적인 관련 소식들만 접하는 경우가 더 많았을 수 있겠죠. 이는 앞서 다루었듯이 나와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어렸을 때부터 받아 온 교육, 주변 환경 등이 여러 요인으로 인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코로나로 인해 아시안을 향한 인종차별이 더욱 불거진 것도 이와 닮은 맥락입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홀로 지내거나 가족이나 동거인이 있어도 부딪치며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 스트레스를 어디에 풀지 몰라 계속해서 쌓아 올리고 있는 상태, 더뎌지거나 박탈된 경제 활동 능력 등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많은 사람이 그 분노와 스트레스를 표출할 수 있는 곳으로 특정 소수 단체 등에 풀고 있어요.

백전희: 이전에 다룬 내용 중 대중매체에서조차 인종차별적 표현이 자연스럽게 행해진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대중매체에서 사건·사고를 보도할 때 개인 묘사를 자세히 한다는 점에서 괜찮지 않을까요?

김영인: 어떤 인종이냐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뭐든 그렇듯이 맥락과 필요성에 따라서는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어떠한 사건·사고를 이야기할 때, ‘A가 B에게 저지른 이 범죄 행위는 무엇이었는가’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만약 A나 B에 관해 이 사건과는 관련 없는 인적 사항들을 적어둔다면 그로 인해 사건의 본질은 흐려지기가 쉽죠. 예를 들어 A가 특정 나라에서 온 사람이었다면 사람들은 국적을 보고 자연스럽게 “이 나라 사람들은 원래 억세고 그렇잖아. 역시 폭력이 먼저 나가네”, 혹은 B가 특정 나라에서 온 사람이었다면 “이 나라 사람이니 뻔하지. 피해를 당할 만 했네” 등 많은 일반화와 편견을 쏟아낼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빈번하게 일어나죠. 혐오나 차별 등을 조장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가급적 부각되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것들이 정치적 선동으로 사용될 때도 많고요.

 

정리: 백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