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속에서 바라본 페미니즘(9)
백전희: 김영인 씨 글을 읽으면서 ‘차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요즘 페미니즘 또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페미니즘은 오히려 역차별을 불러오는 것은 아닐까요?
김영인: 페미니즘은 억압받던 여성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시작된 운동입니다. 여성은 이등 시민쯤으로 치부되어 법적으로 투표권도 가질 수 없다고 제정되었던 그 제도적 차별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그 활동 범위를 넓혀왔습니다.
지금의 사회는 페미니즘이 말하는 성차별만이 아닌 다른 차별들을 들여다 보았을 때에도 역차별이라고 느낄 수 있는 제도들이 급하게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과 사회의 인식은 이 제도들을 따라오기엔 아직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죠. 제도와 인식이 함께 발맞춰 나가야 일단 ‘차별’이라는 것이 하나씩 해소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서로 진도가 맞지 않는 양상은 그저 분열주의를 불러오고 혼란을 야기 시킬 뿐입니다. 존재하는 차별을 줄인답시고 종종 탁상공론만을 거쳐 급조된 제도들을 보며 특권층은 미시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역차별이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 흐름이 아닌 몇 개의 제도만을 쳐다보며 ‘몇십 년 전 상황에 비해 요즘은 소수가 좀 살기 좋아진 것 같으니 역차별이다’라고 협소한 관점만을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과연 그 제도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환경이 개선되었다 느끼고 있고 실질적으로 소수와 특권층의 사이가 줄어들었는지 등 많은 연구와 자료들을 통해 복합적으로 알아봐야겠죠.
이런 인식의 발전을 위해서는 페미니즘 자체의 역사적, 문화적 흐름과 현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들, 나아가 공동체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교육, 협력 등이 늘어나야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런 교육들이 없거나 극소수에 그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죠. 점차 더 많은 사람들이 겉핥기만이 아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소수의 목소리를 올바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백전희: 여성인 제가 느끼기에도 최근 페미니즘이 지나치게 이슈화 되어 오히려 거부감마저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어난 것에 비해서 아직도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야 한다고는 느낍니다.
김영인: 혐오를 기반으로 한 이분법적 사고는 굉장히 오래되었지만 이 문제는 특정 국가에서뿐만이 아니라 많은 나라의 정치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성차별, 인종차별 (민족주의), 비장애인과 장애인, 부유층과 빈곤층 등 많죠. 예전이라면 민족주의로 독일 나치가 가졌던 사상, 그리고 행해졌던 범죄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혐오를 돌릴만한 그 대상이 페미니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에 대한 관련 역사나 문화 등에 대해 이해도가 낮은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의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프레임 만들어 씌우기가 한창이니까요.
우리는 그냥 본능으로만 따져보았을 때, 나와 다른 것을 구분 짓고 차별화하는 행위가 당연시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 한 내 소속감을 위한 편 가르기처럼요. 하지만 본능에 따르는 동물과 사람 사이에는
‘사고하는 힘’이라는 크나큰 차이가 있듯이 이러한 본능에 의존하여 다른 사람들을 무조건 배척하며 공격하지 않고, 이러한 충동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모두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봅니다. 다시 한번, 이를 도울 수 있는 수단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평생교육이 되겠습니다.
정리: 백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