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유행에 뒤늦게 방역 강화한 알버타 정부, 잘못된 예측이 4차 유행 불렀다
계속 늘어나는 신규 확진자, 코로나 환자로 가득 찬 병원, 거기에 간호사 부족까지… 지난 7월 1일 캐나다 데이를 기해 대부분의 방역 조치를 해제한 뒤 계속되는 확진자 증가에도 “백신 접종률이 높아 괜찮다”며 넘기던 알버타 주정부가 결국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다시 백기를 들었다. 실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새로운 방역 강화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4차 유행이 알버타가 영국의 선례를 잘못 이해하고 방역 조치를 섣불리 풀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방역 조치 변경에 조금 더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 공공장소 마스크 의무 착용 재도입, 코로나-19 검사 폐지 백지화 = 제이슨 케니(Jason Kenney) 주수상과 알버타 보건부 장관 타일러 산드로(Tyler Shandro) 그리고 디나 힌쇼(Deena Hinshaw) 보건 책임자는 지난 3일, 기자 회견을 갖고 9월 4일 오전 8시부터 실내 공공장소와 직장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1일, 마스크 의무 착용을 폐지한 이래 고작 65일 만의 일이다. 또 레스토랑과 카페, 술집, 나이트클럽 등은 계속 영업할 수 있지만 주류 판매는 오후 10시까지만 허용된다.
주정부에서는 아직 코로나 백신을 접종 받지 않은 18세 이상의 주민들이 9월 3일부터 10월 14일 사이에 새로 1차, 혹은 2차 백신 접종을 받는다면 100불의 현금카드를 증정하겠다고 밝혔다. 주정부에서는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최대 2가족, 10명 안쪽의 사람들과 풀을 구성해 실내 모임을 진행하고, 그 외의 사람들과의 모임은 제한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알버타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검사 중단 계획을 백지화하는 한편 긴급하지 않은 기타 수술을 모두 연기하고, 부족한 인력 보충을 위해 다른 주에서 간호사들을 긴급히 데려올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 같은 조치는 코로나-19로 인한 신규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병원에 입원하거나 중환자실로 가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알버타 병원 중환자실의 95%는 차 있는 상황이고, 간호사가 부족해 더 이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정부에서 발표한 예측에 의하면 9월 말에 이르러서는 코로나 중환자실 입원이 9월 2일의 114명에서 최소 180명, 최대 290명까지 늘어나고 입원 환자도 487명에서 7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알버타 영국 사례 잘못 계산해 섣불리 방역 해제, 4차 유행의 원인 = 당초 케니 주수상과 힌쇼 박사는 60% 이상의 백신 접종을 마친 후 방역 관련 규제를 풀었던 영국의 사례를 들며 백신 접종이 늘면 의료 붕괴 걱정 없이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방역 조치를 해제했다. 그러나 이들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도 코로나로 인해 입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알버타에 중환자실 및 간호 인력이 부족해지는 등 알버타 전역에 의료붕괴 상황이 다시 찾아오고 말았다.
케니 주수상은 이에 대해 “영국의 경우 아직도 중증화가 진행돼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의 수는 많지 않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는 알버타에 적용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코로나 예측 모델링을 만드는 빅토리아 대학의 딘 칼렌(Dean Karlen) 교수는 “알버타 주의 경우 기존 유행들보다 이번 유행에서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들의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며 “예측 모델을 통해 여러 번 알버타에 이 같은 사실을 경고했지만 주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칼렌 교수는 유럽이나 미국 등의 사례를 보면 확진자 증가가 의료에 부담을 주는 게 더 일반적이라며 확진자가 늘어도 의료에 부담이 가지 않는 영국의 사례가 오히려 특이한 경우라 설명했다. 캘거리에 있는 알버타 아동병원의 전염병 전문가 짐 켈러(Jim Kellner) 박사도 “(확진자가 늘어도 의료에 부담이 가지 않는) 영국의 사례가 알버타에서도 재현되리라는 가정을 한 것이 잘못”이라며 “영국의 경우 1차, 2차 접종을 맞은 사람들의 비율이 클 뿐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렸다 나은 사람들의 수도 더 많아 면역체계가 활성화된 비율이 알버타 보다 더 높다”며
“(마스크 의무 착용 규제를 푼) 알버타의 정책은 너무 이른 것이었다”고 말했다.
디스타임 김재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