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Time
입춘이 지나서 그런가?
여자도 아닌데 훈풍에 괜시리 마음이 들뜬다.
젊은 시절 나물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냉이, 달래, 두릅, 쑥 등
봄 향내를 맡고 싶다.
이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두릅이다.
봄나물은 모두 시골 논둑이나 야산에서 캐는 줄 알았는데…
두릅은 나무줄기에서 돋아나는 새순으로
독특한 향이 나는 산나물이다.
이름은 목말채, 모두채라고도 하는데
4~5월에 땅에서 올라오는 새순을 ‘땅두릅’이라 하고
나무줄기에서 채취한 새순을 ‘나무두릅’이라고 한다.
처가 뒷마당에는 두릅나무가 있다.
내가 워낙 좋아해서인지
장모님은 상차림에 두릅을 늘 신경써 주셨다.
철이 아닌 때는 시장에서라도 장을 보아 차려 주셨다.
살짝 데친 두릅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다.
더덕구이와 쌍벽을 이룬다.
강원도 봉평에서 먹었던
메밀나물무침도 떠오른다.
나물무침이 이렇게 맛있나 할 만큼
뜻밖에 놀라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달고, 부드럽고, 고소하고, 새콤함에
익숙한 젊은 시절, 내 입맛에 찾아온
쌉쌀한 맛의 두릅.
단 것은 몸에 해롭고 쓴 게 약이라고 한다.
두릅이 구하기 어렵다면
지천으로 널린 민들레라도 무쳐 먹으면서
봄 향내를 느껴보고 싶다.
발행인 조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