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선의 실타래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 촛불로 드러난 민심의 순수성을 지키자!

여러 가지 이유로 고국을 떠나 캐나다에 와 있지만 고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심란하지 않을 수 없다. 매주 촛불시위는 광화문 광장, 시청광장, 청계천 등 전국에서 열리고, 급기야는 청와대 앞 100미터까지 접근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의 참여는 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의 시위에는 촛불이 등장하고 있다. 자신을 태움으로써 빛을 주는 촛불이 상징하는 바가 의미심장하다. 그렇게 자신을 던져 지켜온 우리나라 시민들이 자랑스럽다. 우리 정치수준은 낙후되었지만 시민의 정치의식은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다. 무능한 정치가 유능한 시민을 잉태했다. 정치권이 무능을 보일 때마다 더 활활 타오르는 촛불을 보며 이제 우리나라의 정치도 높은 의식의 시민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으리라 본다. 2016년은 촛불을 든 한국 시민정치 역사의 승리라 할 수 있다.

 

민심을 먹고 자라는 정치

정치는 생명체다. 저절로 성장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독재정권 시절에 회자 되었었다. 그러나 정치는 이제 민심을 먹고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의 비박계까지 민심의 촛불로 화들짝 놀랐다. 우왕좌왕하며 촛불이 꺼지기를 바랬는데 왠걸 더 활활 타오르니 모두 똥줄이 타지 않을 수 없었다. 명예로운 퇴진 운운은 이제 더 이상 거론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자리는 개인적 판단에 따라 사표를 던지는 자리가 아니다. 싫다고 명예퇴직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직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고 의무이다. 그 본분을 저 버리면 당연히 퇴출되는 것이다. 퇴진이 아닌 퇴출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퇴출의 방법은 제도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고 그 절차가 현행법상 의회탄핵인 것이다.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다고 그만두는 일개 기업의 직원이 아닌 국민의 공복으로써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인 것이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대통령이기에 대통령의 직무중단은 법적 제도적 절차를 따르도록 법제화 되어 있는 것이다.

 

향후의 정치일정

우선 탄핵과 탄핵실패로 나눌 수 있다. 탄핵의 실패는 또 다른 국민적 저항을 부를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탄핵을 예상하고 논의하고자 한다. 탄핵이 통과되면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대행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것은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닌 현 정부의 무능이 포함되어 있는 탄핵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현 체제의 유지하에 대통령만의 직무중단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따라서 거국내각이 구성될 것이다. 거국내각의 성격이 어떻게 구성될 것인가는 정치권의 힘겨루기와 민심의 향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거국내각은 국민의 선거를 통해 구성된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임시적 성격을 띨 수 밖에 없다. 결국은 차기 총선을 관리하고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그 역할이 한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탄핵 이후 거국내각이 구성되고 거국내각은 대선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물론 개헌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겠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대선이 본격화되면 개헌 논의는 잠시 수면아래로 잠길 것이라고 본다. 대선의 시작과 함께 정치권은 요동칠 것이고 이합집산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수면아래서는 서로 권력 분점을 약속하며 분당과 합당의 거래가 이루어 질 것이고 본다. 반기문의 변수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정당이 정치권력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 다만 원칙도 철학도 없는 반복된 분당과 합당이 문제일 뿐이다. 또다시 이번에도 반복될 것인지 눈 여겨 볼 일이다. 진보와 낡은 보수가 아닌 정의로운 보수와의 대립은 역사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대선을 거쳐 차기 대통령이 선출될 것이다. 늦어도 이 모든 일이 6개월 이내에 끝날 것이다. 6개월 뒤 한국정치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기쁜 일이 되리라 본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이제는 든든하게 자립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이끌 지성인은 어디에 있는가?

한국의 경제는 최악의 경기지표라고 한다. 한 경제학자는 IMF보다 더 심각한 경제상황이라고 한다. 정치불안정이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는 불확실성에 선천적 알레르기가 있다.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는 한 자본의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향후 6개월이 또 다른 인고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IMF도 이겨낸 우리민족이 아닌가? 우리 국민은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이라 믿는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난국의 시기에 우리를 이끌 집단 지성의 부재다. 지성인의 부재다. 정치가 부재하고 사회가 갈 길을 잃고 있을 때 이를 바로 이끌 집단 지성이 없다는 것이다. 전무하다고 하면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것이니 부족하다고 하자. 그 이유를 나는 정치권력의 무소불위 탓이라고 본다. 사회 각 분야의 모든 영역이 정치블랙홀에 빠지기 때문이다. 각자가 생명력을 갖고 성장해야 하는데 정치블랙홀에 빠져 제 갈 길을 잃는다. 그러니 학계의 거두라 할 수 있는 서울대학교의 총장도, 과학 기술계의 훌륭한 인재도, 협상의 귀재인 외교관도 모두가 정치로 발길을 돌린다. 각 분야에서 못다한 한을 풀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훌륭한 인재가 어느 날 부각되면 국민은 정치욕심이 있어 그렇지 않나 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이 정치블랙홀을 극복해야 우리사회의 집단지성이 자랄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리더가 출현 할 수 있다. 정치를 하지 않아도 사회 각 분야가 성장할 수 있고 제 갈 길을 갈 수 있게 된다면 학자는 학자로서의 양심과 과학자는 과학 기술의 성과로서 외교관은 국가이익의 실현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사회가 성취된다면 그들이 바로 우리의 집단 지성이 되는 것이다.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향후 6개월이 예상되는 한국의 정치변화 과정에서 촛불의 민심이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9일 탄핵이 통과된다면 그 동안 시위에 동참하던 시민들은 자신들의 생업으로 돌아 갈 것이다. 그리고 이전처럼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촛불은 항상 시민들의 마음에서 불타고 있다. 시민들은 단순히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부조리와 불평등 그리고 정의롭지 못한 부패세력에 대한 척결을 함께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구태의연한 세력들이 발 붙이지 못하도록 낡아빠진 체제를 뒤 바꾸고자 한다. 촛불은 보여주었다.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촛불은 꺼질 수 없다는 것을. 낡은 세력들이 다시 준동한다면 촛불은 언제든 다시 타 오를 것이다. 역사의 대장정에서 일시적 후퇴는 있을망정 영원한 후퇴는 없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 오바바 대통령은 실망한 그의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이리저리 돌아가지만 정의롭게 발전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내가 신념을 위해 계속 정진할 지점이 어디인지를 물어보고 말하면 된다”고 했다. 우리는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이 모든 것을 배우고 자각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한 발 앞서 역사발전의 궤도에 섰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모두 서로에 대한 신뢰와 신념을 갖고 우리정치가 정의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힘을 내 지키자. 더 욕심을 내면 우리나라도 이제 정의로운 보수가 뿌리 내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