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향기

마음의 위안이 되는 아리랑 “정선아리랑”

우리는 아리랑을 언제부터 부르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누가 아리랑을 제일 먼저 부르기 시작했을까? 안타깝게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지만 적어도 고려말 부터 부르기 시작했을 것이라 여겨지는 아리랑이 있다. 바로 ‘정선아리랑’이다. 고려가 망한 후, 충절을 다짐했던 선비들이 정선 지방. 지금의 남면 거칠현동으로 은거지를 옮겼고 그곳에 살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한시로 지어 노래하곤 했는데 이것이 마을 사람들이 부르던 ‘소리’에 실려 ‘정선아리랑’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정선아리랑의 가사는 지금까지 채록된 것만 해도 1,300여 수가 넘어서 세계 단일 민요 가운데 가사가 가장 방대하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문학성 짙은 사설과 슬픔의 미학이 느껴지는 선율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정선아리랑은 기교를 배제하고 부르는 아리랑이다. 몸에 힘을 빼고 부르는 아리랑인 것이다. 올라가는 선율보다 내려가는 선율이 많아서 때로는 나약한 듯 부드럽게 이어져 가고 때로는 애잔하고 슬픈듯 하지만 듣다 보면 그윽하고 평온하게 다가온다.

음악적으로 볼 때 정선아리랑은 아주 느짓하게 부르는 ‘긴아리’와 가사를 촘촘히 엮어서 부르는 ‘자진아리’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긴 노래는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처럼 유장해서 듣기 좋고, 자진노래는 봄볕처럼 반짝이는 해맑은 웃음이 담겨 있어 재미있다. 또한 느린 선율의 흐름은 마치 높은 곳에서 낮은데로 흘러내리는 물과 같고 후렴구는 물이 잔잔히 굽이쳐 맴도는 것 같은 굴곡을 이룬다.

강원도 첩첩산중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하늘이 세 뼘밖에 되지 않는 곳”이라 부르던 정선, 앞산과 뒷산을 이어 빨랫줄을 매도된다는 곳, 여러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작은 내를 이루고 저마다 꾸불꾸불 흐르다가 마침내 하나로 ‘아우라져’ 흐르는 강(아우라지)의 정서가 그대로 노래가 된 정선아리랑은 정선 사람뿐 아니라 이런저런 일로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되 주는 노래이기도 하다.

 

박근희(국악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