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향기

아리랑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 할 수는 없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노래가 있다. 딱히 어디서 배웠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 노래는 가끔 코 끝을 찡하게 만들고 가슴을 따끔하게 만든다. 이 노래는 바로…  ‘아리랑’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한국인이 있는 곳에 아리랑이 있다고, 아니 아리랑이 있는 곳에 한국인이 있다고….  지구촌 곳곳에 사는 한국인들은 아리랑을 즐겨 불렀고 저마다 독특한 아리랑을 만들어 냈다. 만주의 허허 벌판에서도 일본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도 러시아에서도, 유럽에도 아리랑이 전해지고 있다.

우리의 민요 대부분은 하나의 제목에 단지 한 개의 곡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리랑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같은 제목으로 무수히 많은 버전의 노래가 존재한다. 이것은 마치 ‘김치’가 단 한 개의 종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재료나 만드는 방법, 저장방법에 따라 각양각색의 이름으로 불리고, 다른 맛을 지니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리랑은 한국 근, 현대사의 역사이기도 하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중들의 어려움을 어루만져주고, 살고 싶은 힘을 나게 해 주었던 노래가 바로 아리랑이다. 아리랑은 눈물이 되기도 하고 위안이 되기도 하고 또한 의지가 되기도 했다. 아리랑을 소리치며 시원스레 통곡했고 아리랑을 읊조리며 의연하게 일어났다. 한 바탕 아리랑을 부른 뒤 시원한 마음으로 웃을 수 있었다. 아마도 한국인의 마음을 다잡아 준 노래가 아리랑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어떤 이는 아리랑을 ‘치유의 노래’라고 말하기도 한다.

2002년 월드컵, 세계인을 놀라게 한 그 뜨거운 한국인의 열정 속에도 아리랑이 있었다. 우리는 아리랑을 부르며 하나가 됐고 아리랑을 부르며 ‘흥’을 높였다. 2002년에 우리가 불렀던 아리랑은 조선시대에 부르던 노래도, 일제 강점기에 불렀던 아리랑도 아니었지만 분명 아리랑이었고 이렇게 아리랑은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과거의 슬픈 아리랑은 기쁨의 아리랑으로 변할 수 있었고 ‘한’은 ‘흥’이 되고 ‘한숨’은 ‘노래’가 된 것이다. 이렇게 아리랑은 한국인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노래이다.

아리랑은 또한 ‘화합’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념의 갈등이 있는 곳에서도 아리랑은 통한다. 남과 북이 스포츠나 국제행사에 단일팀으로 참석하고자 할 때, 단일팀의 단가(團歌)로 어김없이 부르는 노래가 아리랑이다.

어느덧 아리랑은 ‘세계의 노래’가 되고 있다. 오케스트라, 재즈, 가요 등으로 거듭나고 있고 외국 연주자들에 의해 연주되기도 한다. 그리고 지난 2012년, 아리랑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었다. 세계가 인정한 노래가 된 것이다. 하지만 막상 우리는 아리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This Time의 창간과 함께 시작되는 “국악의 향기”에서는 앞으로 몇 해에 걸쳐 다양한 아리랑의 세계를 만나보기로 한다.

 

박근희  (국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