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Time

Coffee Time

내 또래의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가 지금 뭘 하려고 했지?”라는
경험을 겪었던 이야기들을 하곤 한다.

지난 2019년 봄, 평사리 최참판댁 행랑채 마당에서
박경리 문학관 주최로 ‘제1회 섬진강에 벚꽃 피면
전국 시 낭송대회’가 열렸다.
대상을 받은 이생진 시인의 ‘아내와 나 사이’란 시가
7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성 낭송가의 목소리에 실려 낭송되자
참석한 청중들의 눈시울은 젖어 들었다.

“. . . . . . .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 . . . . . .”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황혼의 시기
흘러가는 구름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아직 꺼지지 않은 장작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보슬비 날리는 희미한 가로등을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고…

다행히도 근간 내 주변에는 치매 환자 소식이 뜸하다.
과거에 종종 들리던 말이 생각난다.
얼빠진 놈, 넋 나간 놈…. 정신 차려.

정신 차리자!
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좀 맑아지려나…

 

발행인 조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