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Time
해마다 모종을 사다가 밭에 옮겨 심고
퇴비 주고 물 주고 아침저녁으로 정성껏 돌보아 왔다.
그런데 한편 뜻밖에도 매년 꽃망울이 만발하던
뒷마당 사과나무에 꽃소식이 전혀 없다.
꼭대기에 한두 개의 꽃망울 외에는….
알고 보니 가지치기를 안 해 주어서 그렇다고 한다.
반면 2년 전에 심었던 체리나무에는 꽃이 만발하였다.
작년에는 서너 개의 꽃망울밖에 없었다.
게다가 꽃이 피면서 줄기가 길게 자라는 모습이
시중에서 파는 체리 줄기와 똑같다.
너무 신기하기만 하다.
새삼 느껴본다.
농부의 손길에 필요 없는 가지는
가차 없이 잘려져 나가는 것을.
나의 삶 속에 잘라 버릴 가지가 있는가 살펴보니
순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나 자신이 송두리째 잘려 나가는 것은 아닌지….
꽃망울 맺히는 과실수가 사랑받듯이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으며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가만히 뒤집어 보니 그건 내 욕심뿐인 듯하다.
오히려 나의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꽃망울 맺으며 함께 기쁘게 살아가는 것이
더욱 의미 있는 게 아닐까?
비가 오락가락해서인지 이 저녁에
커피가 두 잔째이다.
발행인 조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