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향기

판소리 이야기 6 – 수궁가

옛날, 먼 옛날, 남해 깊은 바다의 용왕이 갑자기 병이 든다. 온갖 약을 다 써 봤지만 어떤 약도 효력이 없어 용왕은 탄식을 하고.. 그 때, 도사가 나타나서 토끼의 간이 약이 된다고 한다. 그러자 용왕은 수궁의 대신을 모아놓고 육지에 나갈 신하를 고르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지만 충성심 강한 별주부 자라가 자원을 하고, 육지로 올라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리고 간다. 하지만 간을 내놓으라는 용왕 앞에서 토끼는 꾀를 내어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고 하고 용왕은 그 말을 믿고 토끼를 위해 잔치를 열어 준 뒤, 다시 육지로 보내지만 육지에 도착한 토끼는 자라의 어리석음을 조롱하면서 숲 속으로 도망가 버린다. 자라는 토끼똥을 약으로 가져가 용왕을 살리고, 토끼는 그물에 걸리는 위기와 독수리에 잡힐 위기를 차례로 극복하면서 육지에서의 삶을 계속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토끼와 자라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가 소설이 되면 ‘토생전’, ‘토끼전’ 혹은 ‘별주부전’이라고 하고 판소리로 부를 때는 ‘수궁가’ , ‘토끼타령’ 혹은 ‘별주부타령’이라고 부른다. 이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도의 옛 불교 경전에 나오는 ‘원숭이와 악어’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는데 이 이야기가 중국의 옛 불교 경전과 ‘삼국사기’에도 보이는 ‘자라와 잔나비’이야기로 전해지다가 조선시대에 ‘자라와 토끼’이야기로 바뀌면서 판소리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수궁가는 동물을 의인화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때문에 다른 판소리보다도 희극미가 넘치고 풍자와 해학이 가득하며 국가와 정치에 대한 의식과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용왕탄식>에서는 용왕의 무능과 부패가 드러나며, 그러한 용왕에 대한 인물들의 냉소적인 태도는 국가나 정치 현실에 대한 의식을 보여준다. 또한 토끼에게 간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용왕을 통해서는 차별적 인간관이 드러나고 있으며, 토끼는 이를 단호히 거절함으로써 성장하는 서민 의식의 각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전회의를 통해서는 부패한 정치인들의 모습이 고발되면서 정치 현실을 드러낸다. 즉, 수궁가는 조선 말기, 무너져가는 봉건 질서와 성장하는 서민 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고 이처럼 당대의 정치 현실에 대한 예리한 풍자와 비판이 가능했던 이유는 수궁가가 우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궁가’를 잘 불렀던 명창으로는 순조 때의 신만엽과 염계달을 꼽을 수 있으며 일제 감정기 시절의 명창, 임방울 역시 수궁가를 잘 불렀다고 한다. 수궁가의 이름난 소리 대목으로는 병이 든 용왕이 탄식하는 대목을 비롯해서 도사가 용왕의 병을 낫게 해 줄 약을 이야기 해 주는 ‘약성가(藥性歌)’, 육지로 나갈 별주부에게 화공(그림 그리는 사람)이 토기의 얼굴을 그려주는 ‘토끼화상’이 유명하며 동물들이 상좌, 즉 높은 자리를 두고 다투는 ‘상좌다툼’과 별주부와 토끼가 만나는 대목, 그리고 토끼가 용왕을 속이는 대목들도 유명한 대목으로 꼽힌다.

 

박근희(국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