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선의 실타래

우리 부부는 어떤 사이일까?

자식 다 소용없어! 아무리 부족해도 아내(남편)가 최고야!

가을 길 철학산책은 생각보다 긴 노정이 되었다. 트럼프가 앞길을 막고 중간에는 카스트로가 방해하더니 급기야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가로막았다. 변증법이 어떻고, 존재가 어떻고 떠든 후 마무리를 부부 사이로 하려고 했는데 훼방꾼이 많았다. 모든 걸림돌을 걷어내고 마지막 철학 산책의 길을 걷자!

사유하는 인간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이 인간임을 자각해야 한다. 인간이 존재하든 아니든 상관없이 세상 만물은 존재한다. 그러나 세상만물을 해석하고 존재자로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만의 존재자로서는 존재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여하는 타인의 존재를 받아 들여야 한다. 타인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을 통해 나는 실존하는 존재로서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타인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나와 함께 보내는 사람은 누구인가?

 

부부의 역할

부부를 생각해 보자. 돌아보면 늘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닌가? 그러니 자신의 삶의동반자다. 상대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 존재자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우선이다. 부부유별이라고 부부의 역할이 서로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할의 다름은 남편과 아내의 본질이 아니다. 시대적 조건, 직업의 조건, 출산과 같은 여성의 신체적 조건 등에 따라 규정된 것뿐이다. 고정된 가치를 사수하려는 것은, 다시 말해 남성은 사회적 일을 하고 여성은 가사일을 해야만 한다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솔직하게는 자신의 편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기심의 발로이다. 따라서 역할이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역할이 바뀌었다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남자가 부엌에 가도 그 무언가는(?)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 역할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성에게는 이중적 고통을 안겨준다. 맞벌이 하는 젊은 세대들은 가사노동도 분담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맞벌이 부부에게 가사노동은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남아 있다.

살아오면 쌓아온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규정짓고 있다. 그러나 그 나는 불변의 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는 나이다. 내가 바뀌면 아내가 바뀌고 가정이 바뀐다. 가정은 사회를 이루는 구성 요소다. 그렇게 우리는 사회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주체이다.

 

높고 낮음이 없는 부부관계

인간의 본질을 강제하는 요소들을 거부하는 것은 진정한 인간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기에 한편으로서는 자아를 찾아가는 길이다. 아내로서의 역할과 남편으로서의 역할이 있다고 소리칠 지 모르나 이 또한 원래부터가 아니라 강제된 것뿐이다. 독신세대의 증가에서 보듯 남자들도 애 낳는 것 빼고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여자보다 더 잘 할 수 있다. 물론 여자도 그 동안 남자들이 하던 일을 더 잘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세상에 인간은 두 종류로 존재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이다. 일단 제3의 성은 논외로 하자. 당연히 두 성별은 동등한 가치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인간 관계에 있어 주종관계라 없다. 다만 돈이 개입될 경우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부부관계에 돈이 개입된다면 진정한 부부라 할 수 없다. 돈은 서로를 보살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아내는 빛을 발하는 여성이다.

여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성별로서의 성적인 억압을 하는 남성의 가학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지배를 통한 이기적 자기 만족을 극복하고 대등한 관계로서의 인간존엄을 회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 인권의 존중은 남성 스스로를 인격화 시킴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인간 해방, 인간 존엄일 수 있다.

이처럼 철학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외경심이다. 하물며 평생을 함께 걷는 인생의 동반자인 부부간에는 더 말할 나위 없다.

더 이상 생각 없는 짐승을 거부하고 사유하는 인간으로 대접받고 싶다면 철학 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철학의 어원이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라 했다. 또한 지혜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면 죽은 지혜라 할 수 있다. 우리 삶의 현장에서 빛을 발하는 지혜가 살아 있는 지혜인 것이다. 그 지혜를 가정에서 부부관계에서도 드러나게 하자. 부부라는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관계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 부부는 어떤 사이일까?를 생각하고 부족함이 있었다면 미루지 말고 다시 정립하자.

지금까지 남성의 권위로서 해왔던 모든 일을 다시 생각하기를 바란다. 나이를, 직업을, 습관을 핑계대지 말고, 차라리 솔직하게 게을러서, 귀찮아서라고 고백하자.

철학 하는 인간으로 살자고 함은, 상식과 생각이 있는 인간,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인간으로 살자는 것이다. 오늘 밤은 우리 부부 사이도 철학적으로 해석해보자. 철학은 개뿔! 하고 욕을 해도 좋다. 2016년을 보내는 12월 매서운 추위를 슬며시 잡은 아내와 남편의 손길로 녹이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중함으로 오늘 밤은 서로를 보듬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