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Time

Coffee Time

말복을 2주 앞두고 뜨거운 여름밤을 지내면서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로 시작되는
‘사슴’의 시인 노천명의 ‘여름밤’ 시가 떠오른다.

친일파로 여겨지던 노천명 시인은 독신으로 살았지만
시 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성을 보면
뛰어난 시적 감각을 지닌
탁월한 시인임에는 분명하다.
‘여자 김동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외면상으로는 도도하고 독선적이었다.
한편으로는 이기주의자라는 비판도 받았다
‘여름밤’ 시의 일부를 옮겨 본다.

‘앞벌 논가에서 개구리들이 소낙비 소리처럼 울어대고
삼밭에서 오이 냄새가 풍겨오는 저녁 마당 한 귀퉁이에
범산넝쿨, 엉겅퀴, 다북쑥, 이런 것들이
생짜로 들어가 한데 섞여 타는 냄새란 제법 독기가 있는 것이다
또한, 거기 다만 모깃불로만 쓰이는 이외의
값진 여름밤의 운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
온 집안에 매캐한 연기가 골고루 퍼질 때쯤 되면
쑥 냄새는 한층 짙어져서 가정으로 들어간다.
영악스럽던 모기들도 아리숭 아리숭 하는가 하면
수풀 기슭으로 반딧불을 쫓아 다니던 아이들도
하나둘 잠자리로 들어가고,
마을의 여름밤은 깊어지고
아낙네들은 멍석 위에 누워서
생초 모기장도 불면증도 들어보지 못한 채
꿀 같은 단잠이 퍼붓는다.
…….’

개구리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동네 개가 괜히 짖어대는 소리에
싱겁게 달을 쳐다본다.

 

발행인 조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