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법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는 정월 대보름

해마다 농사력에 맞추어 관례처럼 행해지는 행사를 세시풍속이라 한다. 세시풍속 중 거의 절반이 정월 한 달에 몰려 있고 그 중 대보름날에 관련하여는 4분의 1이 넘을 정도로 대보름날 세시풍속은 풍부하다.
과거 정월 대보름은 오히려 설보다도 더 성대하게 지냈다. 중국에선 원소절(元宵節), 일본에선 고쇼가쓰(小正月)라고 부르는 대보름은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에서 중요하게 지켜온 명절이다.
한국처럼 달의 움직임을 표준으로 음력을 사용했던 사회에서는 달의 움직임에 따라 어느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가 정해지기 때문에 달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둥글게 가득 찬 보름달을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생각했고 둥근 보름달을 향해 우리네 삶도 풍요로워지기를 빌었다.
정월 대보름은 새로운 해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보름날이니 더 특별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민속놀이와 풍속
전국 곳곳에서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갖가지 민속놀이와 풍속을 즐겼다. 대표하는 행사로 마을 제사 지내기, 달맞이 소원 빌기, 더위팔기, 다리 밟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줄다리기 등이다.
동제(洞祭)를 지내면서 마을 수호신에게 온 마을 사람이 질병이나 재앙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빌었고, 농사나 고기잡이가 잘 되게 빌었다. 동제는 마을 사람들이 하나로 화합하는 기회였다.

먹을거리
찹쌀과 팥, 수수, 차조, 검정콩 등 다섯 가지 곡식으로 지은 밥을 먹으며 새해 풍년을 기원했으며, 귀밝이술, 나물과 복쌈, 부럼깨기, 약밥 등을 먹었다.
귀밝이술은 일 년의 길흉과 관계가 있었기에 대보름에 쓸 술은 그 전 해 가을 추수가 끝나면 좋은 쌀로 빚었다. 그것을 정월대보름날 아침에 데우지 않고 차게 마셨다.
오곡밥과 함께 9가지 나물 반찬도 같이 먹었다. 보통 호박고지, 무고지, 가지나물, 버섯, 고사리 등을 여름에 말려 두었다가 정월 대보름에 나물로 무쳐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풍속
부럼깨기도 있다. 대보름날 이른 아침에 날밤, 호두, 은행, 잣, 땅콩 등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무는 풍속인데, 한 해 동안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치아를 튼튼하게 하려는 뜻이다.

우리 명절 되찾기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음력 1월 1일을 새해의 첫날로 여겼다. 태양력을 공식 수용한 1896년에도 사람들은 모두 설을 새해의 첫날이자 명절로 지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우리나라 전통문화 말살 정책의 하나로 세시 명절인 설날 쇠기를 금지하고, 양력 1월 1일을 명절로 지내도록 했다.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여전히 설을 명절로 지내자, 일본은 양력 1월 1일을 새롭고 진취적인 설이라는 뜻의 ‘신정(新正)’이라 이름 짓고 공식적인 새해의 첫날로 지정했다.
그리고 설은 오래되어 폐지되어야 한다는 의미의 ‘구정(舊正)’으로 부르게 했다.

일제가 전통문화 말살을 위해 만든 ‘신정’과 ‘구정’은 일제의 양력설 정책을 답습한 한국 정부에 의해 해방 후에도 계속되고 장려되기까지 했다.
그러다, 1985년 ‘민속의 날’로 명칭이 바뀌어 하루의 법정 공휴일로 인정되었고, 1989년 ‘설날’로 다시 명칭이 바뀌며 지금과 같은 3일 공휴일 체제로 변경되었다.
3일을 쉬던 신정이 지금과 같은 1일 공휴일로 바뀐 것은 1999년부터다.

캐나다에서 우리 명절 지키기
캐나다는 양력설이 명절이며 휴일이다. 하지만, 수많은 아시아 이민자의 삶 속에 녹아있는 설을 ‘차이니스 뉴 이어’라며 축하하는 분위기다.
‘코리안 뉴 이어’라는 말을 만나는 이마다 되풀이하지만, 혼자만의 노력으로 인식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설은 범아시아권에서 기념하므로, ‘루너 뉴 이어’로 명칭을 바꾸면 거부감이 훨씬 덜한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믿는다.
지난해 시눅 블라스트에 한인 단체가 참가하여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자 이를 높이 산 캘거리 관광청에서 올해는 한인 문화 행사를 따로 하도록 후원했다.
2월 4일 한인사회복지센터에서 주최하는 ‘설날’ 행사는 한국의 새해(코리안 뉴 이어)를 알리는 뜻깊은 축제로 중앙도서관 로비와 공연 홀에서 진행한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다양한 우리 전통 놀이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우리 것을 지키고 기념하며 동시에 캘거리 시민에게 우리 것을 더 많이 알리는 행사에 많은 한인이 한복 차림으로 찾아주기를 바란다.

 

자료: 우리민속대백과, 조선디지털
정리: 백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