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향기

판소리 이야기 8 – 흥부가

명절을 앞둔 어느 날, 이웃집에서는 방아를 찧는 소리, 떡을 하는 냄새가 가득하다. 하지만 가난한 흥부네 집은 명절에도 역시 먹을 것이 하나 없고… 자신의 신세가 한스러워진 흥부 마누라는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 년의 가난이야.”라며 가난타령을 부른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흥부는 지붕 위에 열려 있는 박들을 보고 “저 박이라도 따서 죽이라도 끓여 먹자”라고 하면서 박을 타는데 이 대목이 바로 ‘박타령’ 이다. 흥부는 박을 세 번 타는데 첫 번째 박에서는 쌀과 돈이 나오고 두 번째 박에서는 비단이 나오며 세 번째 박에서는 장정들이 나와 집을 지어준다. 제비가 가져다 준 보은표 박씨가 ‘행운’, ‘대박’이 돼서 흥부를 도와준 것이다.

 

판소리 흥부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음씨 착한 동생 흥부와 욕심 많은 형 놀부의 이야기를 판소리로 부르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흥부가 박 타는 대목’이 흥부가의 하이라이트 대목이기 때문에 예전에는 흥부가를 ‘박타령’이라 부르기도 했으며 권선징악의 결말을 보여주는 소리로, 현재 전해지는 다섯 종류의 판소리 가운데 가장 민속성이 강한 소리이며 민중의 해학이 가득 담겨있다. 즉, 익살스러운 대목과 가벼운 재담소리(익살과 재치를 부리며 재미있게 노래하는 것)가 많은 것이 흥부가의 특징이다. 따라서 다채로운 재담을 얼마나 잘 살려내느냐 하는 것이 ‘흥부가’를 얼마나 잘 부르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곤 한다.

 

한편 ‘흥부가’의 주인공인 흥부에 대해서는 시대 및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해석하는 관점이 계속 바뀌어왔다. 흥부는 부모와 형제에 대한 윤리를 중시하고, 제비와 같은 동물에 대해서도 은혜를 베풀 줄 아는 착한 마음씨를 지녔다는 점에서 보통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아내에 대해 강압적인 가부장적 태도를 보이고, 경제적으로 무능하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인물로 이야기 되기도 한다.

 

흥부가는 다른 판소리에 비해 짧은 편이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데 약 3시간 가량 소요되며 유명한 대목으로는, 놀부의 심술을 나열한 ‘놀부심술’, 흥부가 돈을 벌기 위해 매를 대신 맞는 ‘흥부 매 맞는 대목’, 제비가 박씨를 입에 물고 강남에서 중국, 평양, 서울을 거쳐 흥보 집으로 날아드는 ‘제비 노정기’, 흥보가 박을 타는 대목인 ‘박타령’, 부자가 된 흥부를 찾아간 놀부가 흥부네 집에 있는 화초장(화초무늬가 새겨진 옷장)을 짊어지고 집으로 가는 ‘화초장타령’, 그리고 놀부가 박씨를 얻기 위해 제비를 잡으러 가는 ‘제비 후리러 가는 대목’ 등이 있다.

 

흥부가의 명창으로는 송만갑, 김창환, 김연수, 박동진 등이 있었으며 현재 흥부가는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돼 있고, 1973년에 박록주 명창, 1988년에 강도근 명창, 그리고 2002년에 한농선과 박송희 명창이 예능 보유자(인간문화재)로 인정이 되었다.

 

박근희(국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