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향기

“옛 그림속 우리 악기” – 신윤복 편

‘풍속화(風俗畵)’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그린 그림이다. 따라서 풍속화에는 사람들이 사는 평범한 모습이나 습관, 행사 또는 놀이, 종교적인 의례, 문화 등을 만날 수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영정조 시대에 풍속화가 유행했는데 조선 3대 풍속화가로 김홍도, 김득신, 신윤복을 꼽곤 한다.
이 중 신윤복은 신한평이라는 유명한 화가의 아들로 도화서(圖畵署)의 화원(畵員)으로도 활동했으며 서민들의 풍속을

화폭에 담는 것을 좋아했던 신윤복은 김홍도와 쌍벽을 이루던 화가였지만 두 사람의 그림에는 다른 면이 많았다.

김홍도가 소탈하고 익살맞은 서민 생활을 주로 다뤘다면 신윤복은 한량과 기녀를 중심으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고 따라서

그는 낭만적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섬세하고 부드러운 필선과 아름다운 채색을 즐겨 사용했고 때문에 그의 풍속화는 매우 세련된 감각과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당시는 은은한 수묵화를 훌륭한 그림으로 쳐주던 때였는데도 신윤복은 화려한 색깔을 사용해서 그림을 조금 더 사실적으로 그렸고 이 때문에 그의 그림은 당시로서는 무척 실험적인 그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신윤복의 그림은 당시의 살림과 복식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에 조선 후기의 생활상을 생생히 전해주고 있는데 그의 그림 중에는 우리악기가 등장하는 그림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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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당의 여인’이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신윤복 회화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연꽃이 활짝 핀 연못 너머의 별당의 툇마루에 한 여인이 걸터앉아 있다.

아마도 이 곳은 장안에서 유명한 기방의 뒷마당이 아닌가 싶은데 기녀인 듯한 이 여인은 왼손에는 담뱃대를 들고 있고 또 다른 한 손에는 ‘생황’을 들고 있다. 아마도 이 여인은 여름 한낮의 무료함을 달래려고 생황을 불었던 것 같고 인기척이라도 느꼈는지 불던 생황을 내려놓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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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우리악기 생황을 만날 수 있는 그림으로는 <주유청강(舟遊淸江)>이 있다.

이 그림은 한량들이 기녀들을 데리고 뱃놀이를 하는 광경을 그린 것이다.

나룻배에는 모두 여덟 명이 타고 있는데 한 남자는 강물에 손을 넣고 물장난을 치는 여인을 바라보고 있고, 한 남자는 여인의 어깨를 감싸 안고 슬며시 담뱃대를 권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한 남자는 멀찍이 떨어져 서서 다른 사람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며 뱃사공은 이들과는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 그리고 아직 상투를 틀지 않은 소년이 대금을 불고 있는 모습도 보이는데, 이 그림에서도 역시 연당의 여인’의 손에 들려 있던 ‘생황’이 보인다. 한 여인이 뱃머리에 앉아 생황을 불고 있는 것이다. 생황은 우리악기 중 유일한 화음악기이다. 그런데 이 생황은 악기 제작법이 전해지지 않아서 한동안은 연주되지 않다가 중국의 생황을 들여와 연주했고 요즘은 개량생황을 연주하고 있는데 이 생황이 신윤복의 그림에서는 주인공의 손에 들려있고 뱃놀이의 유흥에서 연주되던 악기로 표현되고 있는 것을 보면 당시는 생황이 꽤 대중적인 악기였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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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의 그림에서는 가야금도 만날수 있다. 바로<청금상련(聽琴賞蓮)> 이라는 그림인데 이 그림은 후원 연못가에서, 세 남자가 기생을 데리고 노는 광경을 그린 그림이다. 노골적으로 여인을 무릎 위에 안고 있는 남자가 있고 옷매무새를 똑바로 하고 근엄하게 앉아서 여인이 타는 가야금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남자도 있다.  또한 조금 떨어져 서서 이들을 내려다보는 남자도 있는데 가야금을 타는 여인을 보면 손의 모습이 한창 연주를 하고 있는 듯하고 양이두(가야금의 줄과 이어진 부들을 매는 부분. 양의 귀와 비슷하게 생김)가 있고 길이가 긴 것을 봐서 이 가야금이 ‘풍류가야금’인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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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신윤복의 그림 중에는 <무녀신무 (巫女神舞)>가 있는데 이 그림은 민가에서 굿을 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고 따라서 이 그림을 통해서 우리는 옛 조선시대의 무속의 모습을 단편적으로나마 엿 볼 수 있다. 붉은 옷을 입은 무녀는 대단히 풍채가 좋은 여인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굿판을 압도하는 무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듯 하고 무당 앞쪽에 앉아 쌀이 담긴 소반을 앞에 놓고 비는 여인의 모습이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악사들의 경우는 장구잡이와 피리잽이 둘만이 그려져 있으며 또한 모두 진지하게 굿에 열중해 있는데 뒷 편에 앉아 있는 여인이 고개를 돌려 담장 밖의 남자와 시선을

맞추고 있다. 이것은 신윤복의 다른 그림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춘정(春情)을 소재로 한 익살스러운 모습이다.
조선시대만 해도 풍속화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우리악기들이었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풍속화에는 어떤 악기들이 등장할까?

가야금, 거문고,대금, 피리, 해금, 생황….

조선시대의 천재 화가 신윤복의 그림 속에 반갑게 등장한 우리악기들을 보면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된 우리악기,

우리음악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본다.

 

박근희(국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