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선의 실타래

세계를 배회하는 유령 1부

지구의 나이가 45억년이라고 한다. 그리고 현생인류라고 하는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는 불과 4만년전이다. 믿든 안 믿든 공룡이 지구를 지배한 시기가 약 1억6천5백만년이라면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 시기는 잠시일 뿐이다. 그 이전 지구를 지배한 어떠한 생명체도 자신을 더 이롭게 할 수 있는 과학문명을 발전시키지 못한 반면(공룡이 만들어 낸 것이 발견된 적은 없음) 인간은 스스로를 더 이롭게 하기 위한 물질문명을 고도화시켜 왔다. 그렇게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의 사회를 이룩하였다. 수 만년에 걸쳐 인간의 땀으로 형성된 지구 공동체 사회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사회는 퇴행을 하고 있다.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사회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어느 한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협약은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각종 이상기온이 발생하고 그로 인하여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재난을 겪으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서야 전세계가 발벗고 나서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더 많은 이윤을 챙기려는 기업의 로비에 의해 기후협약에 동의하지 않는 국가도 있다. 그렇지만 나라별로 지역이 다를 뿐 지구는 하나이고 지구의 파멸은 곧 공멸이기에 이 문제해결에 모두가 힘을 합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캐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다행으로 여긴다.

환경문제처럼 전세계적으로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중립세력의 몰락과 소수의 상층계층과 다수의 하층계층으로 나뉘어 양 세력간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세계적 갈등 현상이다. 본론에 앞서 잠시 데이비드 J 스미스가 쓴 “지구의 역사가 1년이라면”의 일부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책에서 저자는 지구의 재산을 동전 100개로 환산했다. 그리고 그 100개의 동전은 상위 1%의 부자가 40개를 그 다음 9%의 부자가 45개를 그 다음 40%의 사람들이 14개를 그리고 나머지 지구상의 절반의 인구인 50%의 사람이 1개를 갖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지구의 절반의 사람이,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지구상의 남녀 비율을 50대 50으로 본다면 동전 1개를 가지고 전 세계의 남성들이 또는 여성들이 더 갖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상위 10%가 85%의 세계의 부를 차지하고 있는 이러한 슬픈 현실은 90%의 사람들에게 희망 없는 미래를 살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분노는 극단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극단적 사회현상의 각 나라별 표출상태를 살펴보고 향후 그 원인을 분석한 후 우리가 추구해 나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모색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첫째는 영국의 EU 탈퇴이다. EU라는 공동체 질서를 거부하고 영국은 영국 자신만을 위한 국가로 남겠다고 탈퇴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였다. 최근 IS테러로 인한 이민자의 급증을 우려해야 한다는 탈퇴론 자들의 주장 이면에는 “왜 우리 영국이 다른 나라의 상황으로 인해 위협받을 수 있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EU공동체 안에서 득과 실을 계산하면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분적 손해를 보는 것은 싫다는 이기심의 발로이다. 탈퇴를 반대했던 노동당 조콕스의원의 피살에도 불구하고 영국 국민은 탈퇴를 결정했다. 영국이 잉글랜드와 스코트랜드, 웨일즈 그리고 북아일랜드의 연방국가임에도 불구하고 EU라는 유럽공동체 사회를 거부했다는 것은 자가당착의 논리가 되어 언제가 제 발등을 찍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4개의 연합체 모두 각자 독자의 국기와 수도를 갖고 있으니 이들이 독립을 요구할 때 어떤 명분으로 이를 막을 수 있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성 보수세대들의 자존심을 위해 영국의 젊은 세대들의 미래가 무너져 내렸다고 영국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감이 표출되고 있다고 한다.

두번째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등장이다. 공화당 대통령후보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당당히 후보로 결정되었다. 미국의 지성인들이 아무리 소리 높여 미국의 정의를 외쳤지만 미국은 미국만을 위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며 더 이상 미국은 정치적 정의를 위해 싸울 필요가 없으며 이를 원하는 국가는 그 대가를 지불하라는 트럼프의 정치적 견해와 무슬림과 이민자들을 향한 막말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를 앞서기도 한다. 또한 전례 없이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국사회는 양 후보를 중심으로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었다. 이는 후보의 문제라기보다는 미국사회에 내재된 갈등이 후보라는 매개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고 본다. 급기야 양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간의 경쟁이 폭력을 부를 만큼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더 이상 갈등을 덮을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세번째는 터키의 공포정치이다. 쿠테타 불발 이후 관련자를 색출한다는 명분하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통치에 반하는 정적을 제거하고, 자신의 종교적 이념 추종세력을 앞세워 타 종교를 탄압하고 있다. 친 정부 중심의 이슬람 보수주의 세력과 군부, 사법, 교육 엘리트가 주축이 민족주의 성향의 세속주의 세력의 갈등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에 정경분리 원칙에 의해 세속주의를 정치이념으로 성장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제2의 케말을 꿈꾸며 영구집권을 위해 사회를 양극단으로 분할하여 대립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1923년 터키공화국을 수립한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케말파샤)가 터키를 서구식 근대화로 발전시키며 철저하게 지키고자 한 것이 바로 철저한 정교분리였다. 그러나 이율배반적이게도 에르도안은 이를 역 이용, 즉 이슬람 보수주의 세력을 등에 업고 자신의 집권을 공고히 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쿠테타 과정에서 290명이 사망하였음에도 에르도안은 사형제를 부활하고 정적인 귈렌파를 쿠테타의 배후세력으로 몰아 청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오랜 경제 침체로 극빈층으로 전락한 지칠 대로 지친 국민들은 탈출구 없는 정권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능할지 모르나 권력을 국민의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능하지 못한 것이다.

네번째는 필리핀의 범죄와의 전쟁이다. 1965년 이전까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부국이었던 필리핀이 아사아의 최빈국으로 추락한 이유는 1965년 집권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의 약 20여 년간의 독재와 부정부패로 얼룩진 까닭이다. 아키노 전대통령의 집권 후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한편으로는 후발개도국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는 부의 집중으로 빈부격차가 극심해져 극빈층의 서민들은 삶의 희망을 잃고 마약을 손대기 시작했으며, 또 한편에서는 이를 판매하는 사회적 범죄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이번에 집권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과 관련된 범죄자는 체포과정에서 저항하면 재판 없이 사살해도 좋다고 하여 이미 3,000여명의 시민이 죽었다. 물론 대통령으로서 마약으로 국가와 국민이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을 좌시 할 수 없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한편 국민이 범죄의 소굴로 빠진 데에는 국가도 분명 책임이 있다. 따라서 국민이 왜 마약에 노출되었는지 근본적 해결책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었을까 한다. 대통령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에 맞선 자신의 정적인 레일라 데 리마 법사위원회 위원장을 불신임 하기 전에 마약에 의존하는 국민을 보듬어야 했고, 극심한 빈부격차를 해소할 복지정책의 추진이 먼저가 아닐까 한다.

미국에서 월가의 반란은 더 이상 99%의 노동자가 생산한 부를 1%의 부자가 거의 독식하는 구조적 모순에 대한 거부였다.

그 옛날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부의 대물림과 집중은 현대판 신분제 사회를 낳은 것이다. 이처럼 사회가 극단으로 치닫고, 양극화가 심화된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를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유령 출현의 원인은 2부에서 풀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