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선의 실타래

안락사에 대한 글을 인도 영화 한 편을 소개하면서 시작하고자 한다. 영화 ‘청원’이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관객들을 신비의 세계로 이끌던 유명한 마술사 주인공 이튼은 어느 날 공연 중 사고로 인하여 목 위로만 움직일 수 있는 전신 마비가 된다. 전신 마비인 상태에서 주인공은 자신과 같은 장애를 입은 전신 마비 환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방송활동을 왕성하게 14년 동안 한다. 그러나 운명은 가혹하게도 주인공을 가만두지 않는다. 몸 상태가 더욱더 악화하여 간다. 결국,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은 안락사다. 법원에 안락사를 청원한다. 그리고 아들의 안락사를 받아들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어머니는 “아들의 인생은 오로지 아들만의 것이니 부탁드리는데, 아들에게 헌법의 기본권인 존엄한 삶을 보장해달라”고 호소한다. 또 다른 한 장면에서 주인공은 휠체어에 앉아있다. 그런데 파리 한 마리가 코에 앉는다.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 쫓아내지만 이내 파리는 다시 코에 앉는다. 이를 반복하던 주인공은 마침내 입가에 웃음을 띤다. 그리고 파리가 앉는 것을 받아들인다. 마치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듯이.

 

최근 안락사 소식

2016년 6월 캐나다에서 의사 조력 안락사가 합법화된 후 알버타에서만 일주일 사이에 평균 5명이 안락사를 선택하였다. 알버타에서 1월까지 안락사를 선택한 사람이 76명이다. 76명이 자신의 생명을 죽음이라는 단어와 맞바꾸었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1년에 250여 명에 달하는 숫자다. 이 숫자는 예상을 뛰어넘는 숫자라고 한다. 오랜 논란 끝에 시행된 안락사 합법화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다소 숫자가 많을 수도 있지만,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깬 의외의 결과다.

 

왜? 무엇이 이들을 안락사를 선택하게 하였을까?

대개의 모두 사람이 행복한 삶을 꿈꾼다면 안락사를 선택한 이들에게는 분명 이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모른다는 말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한 사람들의 고통을 모르거나 외면한 사람들이 하는 말이 뿐이라고 생각한다.

 

안락사와 존엄사의 의미

우선 안락사에 대한 의미를 보면 죽는 당사자의 최선 이익에 의해 동기 부여된 제삼자에 의해 이루어진 의료상인 죽음을 지칭한다고 한다. 회복할 수 없는 죽음이 임박한 중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하여 그 환자의 생명을 의사의 조력으로 단축해 주는 것으로 적극적 안락사라고도 한다. 반면 존엄사는 환자의 산소호흡기를 제거함으로써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러한 행위로 환자가 죽음에 이르게 되지만 제삼자에 의한 어떠한 행위도 환자에게 직접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극적 안락사라고 한다.

 

생명에 대한 견해, 자살을 바라보는 견해 – 프로이트 견해

안락사도 하나의 자살이라면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처분할 권한에 관한 문제로서 자발적이고 의식적이기만 하다면 과연 자신의 생명을 처분할 권리가 인간에게 있는가? 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많을 수 있다.

자살에 관한 프로이트 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본성 그 자체는 생명을 지향한다. 인류가 종족을 보존하고 오늘날까지 생태계의 최정점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락사가 또 하나의 자살이라면 이는 인간의 본성과는 다른 비록 자신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는 점에서 인간의 본성을 거역하는 것이다. 결국, 자살이 간직한 비밀의 이면은 곧 살인이라는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보편적 의미에서의 자살과 안락사는 분명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자살의 선택이 정신적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선택하는 경향이 있지만 안락사는 육체적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 주요 이유다. 그리고 자살은 본인의 직접적 행위로서 죽음을 맞이한다면, 안락사는 제삼자의 조력에 의한 행위라는 점이 차이를 갖는다.

2001년 네덜란드는 세계최초로 안락사를 법제화한 국가다. 물론 1996년 오스트레일리아 노던 주에서 세계최초로 안락사를 법제화하였지만 국가 차원이 아니었다. 미국의 워싱턴 주 역시 2008년 존엄사법을 통과시켰다. 현재 안락사 허용국가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콜롬비아, 캐나다가 있다. 이중 스위스는 외국인도 허용되며, 캐나다는 자국인만 허용된다. 존엄사가 허용되는 국가는 위 안락사 허용국가 외에 태국, 프랑스, 베네룩스 3국, 미국의 오리건 주를 포함한 일부 주가 있다. 한국은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존엄사로 생을 달리했고, 산소호흡기를 제거하고도 200여 일을 더 사신 김 할머니 사건이 있었지만 이때는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을 뿐 합법화되어있지는 않았다. 2018년부터 한국은 존엄사법이 통과되어 존엄사가 허용된다.

 

안락사에 대한 찬반 논쟁

안락사를 찬성하는 입장은 1)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죽을 권리 또한 개인에게 있다는 점 2) 연명 치료의 중단으로 환자의 고통을 해방시켜 준다는 점 3) 경제적 비용을 포함하여 가족이 겪는 고통을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반면 반대하는 입장은 1) 생명경시 풍조의 만연 가능성과 2) 생명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선물로써 권리가 아니라는 점 3) 당사자들끼리의 합의일 뿐 살인이라는 점을 주장한다.

이러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안락사에 대한 합법화 국가는 확대되어 가고 있고, 외국인의 안락사도 허용하는 스위스의 디그니타스(라틴어로 존엄의 뜻을 의미하며 안락사를 지원하는 병원) 병원으로의 자살 여행은 해마다 증가추세다. 참고로 1998년 디그니타스 병원 설립 이후 2016년까지 외국인 1,749명이 이 병원에서 안락사했다. 같은 기간 스위스인은 156명뿐이라고 한다. 매년 200명에 달하는 숫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