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선의 실타래

어떻게 살 것인가? (welbeing)와 더불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 (wel-dying)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인생의 완성도를 그려가는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둘러싸고 한때 한국에서 논의가 분분하였다. 김수환 추기경이 존엄사를 택하였다는 주장과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은 존엄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종교적 입장에서 본다면 존엄사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은 나의 권리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평소 인공적인 생명 연장은 하지 않겠다고 소신을 밝히셨다. 하나님이 거두어 가는 생명을 기계적 장치에 의해 연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내 최초로 ‘존엄사 허용’ 판정과 항소심 승소를 끌어낸 신현호 변호사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은 “수액이나 영양제를 통해 생명 활동이 가능한 상태에서 인공호흡기만 떼는 전형적인 존엄사”라고 밝혔다. 존엄사에 대해 다시 언급하자면 환자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등 그 어떠한 기계적 장치에 의해 생명 연장을 위한 의료행위를 거부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말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역시 생명 연장을 위한 의료 행위를 거부하고 신과 자연의 섭리에 따른 것이다.

 

자살에 대한 인식전환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19세기 이전 자살을 악이나 범죄로 간주하던 것에서 하나의 질병으로 간주함으로써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살의 원인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이 사회에 통합되는 정도와 적응의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았다. 이 통합의 정도와 적응도가 낮을수록 그 사회의 자살률은 높게 나타난다. 같은 원리로 안락사 역시 그 사회의 역할에 따라 높고 낮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 안락사를 없게 할 수는 없지만, 국가의 역할, 즉 가족이 떠안아야 할 고통을 대신해준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안락사를 택하는 비율이 낮아질 것이다. 올바른 문제 파악과 진단만이 올바른 대안을 제시한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문제다. 중도장애인과 선천성 장애인의 삶을 극복하는 과정

대부분의 장애인 중 선천성 장애인의 경우는 현실을 인정하고 중도 장애인보다 빨리 사회에 적응한다. 그만큼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도장애인의 경우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고난의 시간을 거친다. 현실보다는 과거의 자신의 상을 지우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의 나는 내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장애를 입기 전까지 보아온 두뇌는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왼쪽 팔을 잃은 사람이 거울을 보고 있으면 마치 반대로 보이는 거울로 인해 오른쪽 팔이 없는 것으로 착각한다고 한다. 뇌는 보이는 상을 보고 왼쪽 팔을 움직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신체 일부를 잃거나 평생 사용할 수 없는 장애를 입게 된다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marike

벨기에 휠체어 육상선수 마리케 베르보트는 퇴행성 척추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녀는 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인 패럴림픽에서 금, 은메달을 획득하였다. 그런 그녀가 2016년 리우 장애인올림픽 참가 전에 올림픽을 마친 후 안락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장례식 준비까지 마쳤다고 하였다. 그런데도 그녀는 리우 올림픽 휠체어 육상 400m 경기에서 온 힘을 다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벨기에는 안락사가 허용된 국가다. 그녀는 진통제 없이는 단 하루도 연습할 수 없었다고 한다. 또 어떤 날은 단 10분도 고통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안락사를 신청하였다.

 

안락사 논의의 방향

현재 안락사에 대한 찬반 논쟁이 궁극적으로 안락사의 폐지나 조건 없는 찬성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찬반 논쟁의 방향은 안락사의 합법화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며,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더불어 행복한 삶과 마찬가지로 행복한 죽음도 매우 중요함을 인식하자는 것에 있다고 본다. 노년의 행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한 죽음이다. 가정에 연로하신 어르신이 계신다면 항상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잠자는 듯이 죽어야 할 텐데….., 자손들을 힘들게 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런 말이다. 올해 87세가 되신 필자의 어머님도 늘 하시는 말씀이다.

전국 65세 이상 노인 1만 279명에 대한 의식 조사는 아래와 같다. 이처럼 노인 당사자도 연명치료에 대한 반대가 거의 88.9%에 달한다.

 

분류/ 매우 반대 / 반대 / 그저 그렇다 / 찬성 / 매우 찬성

통계 / 52.2 / 36.7 / 7.2 / 3.4 / 0.5

연명치료에 대한 노인 인식 조사표(한국 대한 신경정신학회 조사)

 

국가의 역할 확대, 보편적 사회복지 정책 확대

안락사를 선택하는 여러 이유 중 국가 책임의 확대로 막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경제적 부담이다. 환자에 대한 치료비와 환자를 돌보기 위한 간병인,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상담할 수 있는 전문심리 상담가 등 회복하기 어려운 불치병의 환자 돌봄을 국가가 책임진다면 적어도 어쩔 수 없는 안락사 선택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