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좋은 사람 나비 효과 (Good Person Butterfly Effect) – 2017년 로키 맑은물 신춘문예 공모전 수필부문 당선작 장원

부제: 북미에서 단독주택에서 살려면..
Julie Hong

 

북미에서 단독 주택(Detached House)에 살면 불편한 점이 있으니… 바로 봄/여름/가을에는 잔디 깎기를, 겨울에는 눈 치우기를 사계절 내내 주기적으로 싫건 좋건, ‘무조건’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아파트나 빌라에 살기 때문에 잔디 깎기나 눈 치우기의 압박감에 시달리는 사람은 군인 혹은 관련 직업군을 빼고는 거의 없을 거라 생각된다.  설사 단독 주택에 살아도 북미처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압박감을 느껴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나 캐나다 처럼 북미에 거주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봄/여름/가을에는 잔디를 짧게 깎아서 조경에 힘써야 하고, 동시에 잡초나 벌레들이 이웃들에게 퍼져나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잔디를 제때 깍지 않으면 이웃이 신고해 시청에서 경고장이 날라오고, 시청이정해준 시간 내에 잔디 깎기나 조경을 완료하지 않으면 이들이 임의로 해당 업무를 실시하고 그에 대한 실비와 벌금을 청구한다.

 

겨울에는 집 앞에 쌓인 눈을 제깍 제깍 치워 행인들이 눈길에 넘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눈을 제때 치우지 않아, 우리 집 앞에서 누군가 넘어져 크게 다친다면 그 사람의 치료비는 물론 눈을 방치한 죗값을 따로 치러야 한다.

 

한 마디로 북미에서 살려면, 아니 북미에 있는 주택에서 살려면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는 북미 주택들의 아름다운 잔디나 조경, 혹은 눈이 잘 정리된 길은 사실 이러한 사회시스템에서 나온 것이다(나도 여기 와서 깨달았다).

 

캐나다 캘거리는 겨울에 눈이 참 자주, 많이 온다. 하지만 앞에 언급한 이유로 눈이 오면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삽으로 눈을 열심히 치워야 한다. 올겨울도 눈이 참 자주 오는 편이였는데…. 우리 집은 운이 좋게도,  아님 이상하게 눈을 치워본 적이 없다. 아니 – 치울 기회가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이제 돌쟁이 아기를 키우고 있는 나는 보통 눈이 오더라도 꼼짝도 할 수 없어 신랑이 퇴근하면 눈을 치우곤 한다. 그런데 신랑이 퇴근할 때쯤이면 벌써 누군가 눈을 쫙 치워 놓는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도 눈이 많이 왔는데, 우리가 크리스마스 휴가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땐 이미 누군가 우리 집 눈을 싹 치워놓았다.

 

하. 누굴까 누굴까. 누가 대체 항상 이 눈을 치우고 있는 걸까. 분명히 이 블럭에 사는 사람일 텐데… 신랑과 나는 미스터리라고 하면서도 마치 우렁각시가 저녁상 차려 놓는 것 처럼 어느새 눈이 치워져 있는 이 상황이 신기하고 또 고마웠다.

 

그리고  지난 1월 둘째주 월요일. 그 날도 역시 오전부터 눈이 쏟아졌는데… 나는 껌딱지처럼 들러붙는 딸 아이를 보느라 눈 치울 엄두도 못 내고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눈 치우는 소리. 밖을 내다보니 누군가 골목 저 끝부터 눈을 치우면서내려오고 있었다. 아.. 저분이 항상 치우시는 거였구나…

 

오늘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딸 아이를 대강 이불로 둘둘 싸고, 아무 신발이나 신고 밖으로 뛰쳐나가, 감사하다고… 눈을 치우고 싶은데 아기 때문에 못 치웠다고 말씀드렸다. 그분은 활짝 웃으시면서 괜찮다고 아기가 추우니 얼른 들어가라고 하셨다(당시 캘거리 날씨 영하 20도 체감온도 영하 30도였다). 주말에 사과라도 한봉지 사서 가져다 드리려고 어디 사는지 여쭤보고 일단 다시 들어왔는데…

[사진설명] 항상 우리 동네 골목길을 깨끗이 치워주시는 고마운 이웃분

 

새삼 따뜻해지는 마음. 그리고 나도 딸 아이가 더 크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우리 집뿐 만 아니라 저분처럼 골목길을 다 치울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발휘해 보겠다고 다짐. 신랑한테도 얘기했더니, 본인도 조만간 꼭 시간 내서 골목길을 한번 다 치우겠다고 한다. 장담컨대,우리 골목에서 저분이 눈 치우는 걸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 있다면 이런 마음이 들지 않은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 든다.

 

좋은 사람 나비 효과(Good Person Butterfly Effect)…. 그냥 내가 붙인 말인데 좋은 사람을 보면,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그런거. 누군가 좋은 나를 보면 또, 그 좋은 기운이 전달돼서 좋은일을 하겠지.  그것이 바로 좋은 사람 나비효과.

 

올해 1월 초에 있었던 일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