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선의 실타래

한국 헌법재판소 앞에서 전해드리는 생생한 탄핵현장의 모습

3월 10일 오전 헌법재판소 인근 탄핵현장 모습

 

10시 50분 헌재 앞 근처에 도착했다. 7일 캘거리 공항을 출발하여 긴 비행시간을 거쳐 8일 늦은 저녁 한국에 도착했다. 도착 2일 뒤인 오늘 바로 대통령 탄핵선고가 이루어지는 날이다. 헌재 앞에는 태극기 물결이 휘날렸다.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헌재가 있는 안국역으로 향했다. 안국역에 다가갈수록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 늘어났다.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태극기를 소지하고 있어 쉽게 알 수 있었지만,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특징이 없어 구분되지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헌재 앞 근처는 이미 경찰차가 차벽(경찰버스로 벽을 만듦)을 세워 통제하고 있었고, 집회가 허용된 장소에는 끝이 안 보일 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언론에서 탄핵선고까지 약 한 시간은 걸릴 것이라고 하여 여유를 갖고 탄핵 찬성과 반대 양쪽 집회를 둘러보고자 하였다. 헌재 앞 안국역은 통제한다는 말에 전 역인 종로3가역에서 내려 걸어갔다.

 

태극기 집회

먼저 마주한 곳이 태극기 집회, 즉 탄핵반대 집회였다. 거대한 태극기 물결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을 만큼 모였다. “탄핵 각하!” 라는 주최 측의 방송 소리에 참가자 모두 따라 외쳤다. 맨 끝에서부터 맨 앞까지 걸어갔다. 태극기가 없는 나를 보고 중년의 여성이 태극기를 내 손에 쥐여주었다. 처음에는 불편함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데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많아 힘들게 가야 했다. 중간중간 일회용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가까스로 도착한 무대 앞에는 역전의 용사 해병대 할아버지와 중년의 해병대분들이 무대 앞을 통제하고 있었다. 무대를 오르고 내리는 사람과 기자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주로 해외통신이 많았다. 국내 통신은 신뢰하지 않아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난 빨간 모자 수호대였다.

 

촛불집회

거리 하나를 두고 탄핵찬성을 주장하는 촛불집회현장으로 향했다. 차벽이 막혀 1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을 5분여 걸리는 인사동 길로 돌아서 갔다. 생각보다 매우 소수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한눈에 모인 사람 전부가 보일 정도였다. 궁금해서 참가자에게 왜 이렇게 사람이 적냐고 하니 탄핵선고를 하는 지금은 정식 집회가 아니고 오늘 오후 7시에 정식 집회가 있다고 했다. 태극기 집회 현장과는 다르게 매우 차분하게 헌재의 선고 영상을 청취하고 있었다. 가끔 중간에 탄식하거나 환호성을 지르기는 했지만, 태극기 집회 현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평온한 분위기였다. 의외의 모습이었다.

태극기 집회에서는 헌재가 선고하는 장면을 대형영상으로 보여주지 않았다. 주최측이 방송으로 우린 굳이 선고문을 낭독하는 장면을 볼 필요가 없고 결과만 들으면 된다고 했었다. 그래서 태극기 집회 참석한 사람들은 개인 스마트 폰으로 선고 과정을 청취하고 있었다.

 

세대별로 나뉜 집회 현장

두 곳의 집회현장을 오가며 느낀 점은 확연하게 드러난 모습이 세대별로 나뉜 집회 참석자 모습이다. 태극기 집회현장에는 대부분 60대 이상의 분들이 주축이었다. 물론 간혹 젊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반면, 촛불집회 현장에는 대부분 50대 이하의 사람들이 주축이었다. 20대의 젊은 사람들보다도 삼 사십 대가 더 많았다. 물론 60대 이상의 분들도 보였다.

 

탄핵시간은 다가오고, 탄핵선고 낭독 21분 동안의 현장 모습

탄핵 선고가 시작되는 순간에 태극기 집회현장에 있다가 방송을 보여주지 않아 촛불집회현장으로 향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선고가 시작되고 있었다. 10여 분이 지나간 후 마침내 선고가 내려졌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한다”였다. 그 순간 환호성이 울리고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서로 격려하고 있었다. 기쁨에 펄쩍 뛰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참석자도 보였다. 그리고 노란색 옷을 입으신 세월호 어머님들도 볼 수 있었다. 모두 눈시울을 적시고 계셨다. 주최 측은 “우리가 이겼다”, “촛불이 이겼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방송을 하였다. 난 발걸음을 태극기 집회현장으로 돌렸다. 다시 도착한 그곳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보였다. 주최 측의 격앙된 방송이 이어지고 있었다. 탄핵인용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헌재로 쳐들어가 잘못을 바로잡고 청와대로 가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자고 방송하고 있었다. “통일의 화신인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 북한에서 김정은 치하에서 고통받는 북한동포들을 구해야 한다”고 무대 위에서 누군가 연설하기도 했다. 그리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하는 분도 불 수 있었다. 헌재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 판결이 주는 충격도 컸던 것 같았다. 특검에 이어 헌재도 불신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와중에 “사람이 죽었다”는 방송이 나왔다. 헌재로 나아가려고 하는 와중에 사고가 발생하여 압사되었다는 방송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를 흘리며 응급구조대에 의해 이송되는 피 흘리는 노인 부상자도 보였다. 모두 걱정하며 길을 열어주어 빠른 후송이 되도록 하고 있었다. 나중에 뉴스를 통해 들었지만 불상사는 헌재로 진입하고자 설치된 차벽 버스를 집회 참석자가 운전하는 바람에 차벽 위에 설치된 방송 장비가 머리로 떨어져 발생한 일이라고 했다.

 

국가 구성원인 국민의 주장은 다르고, 다름을 허용하는 것이 올바른 사회이다.

처음 사람이 죽었다는 방송을 듣는 순간 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80년 민주화 투쟁 당시 얼마나 많은 동료가 저렇게 죽어갔던가? 그렇게 30년이 지난 지금도 주장하는 바는 다르지만, 똑같이 사람이 죽어가야 하다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서글펐다. 지도자와 정치인들의 잘못으로 죄 없는 국민이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울분이 솟구치기도 했다. 태극기든 촛불이든 모두 소중한 생명이 아닌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이를 자신들의 정치 욕심에 이용하는 자들에게 분노가 솟구쳤다.

‘막스베버’는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고, 악한 의도가 악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정치적 유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말은 지도자는 자신의 의도가 순수했다는 이유를 갖고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나라의 지도자인 대통령은 의도의 중요성보다 훨씬 그 결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운영을 위한 정책을 수립 집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전 정부의 4대강 정책으로 지금도 국민의 혈세 수조 원이 잘못된 4대강 정책으로 낭비되고 있지 않은가? 하물며 한 나라의 지도자가 사적 욕심을 품고 정책을 펼친다면 온 국민의 삶은 고통의 나락으로 빠진다.

 

민주주의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연일 방송은 이제 헌재의 선고를 받아들이고 국민 대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패널로 등장한 정치인들도 떠든다. 물론 아직 일부 정치인을 비롯해 탄핵 반대를 외치던 측에서는 승복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헌재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기에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한다.

국민은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모든 국민이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다양한 주장을 하는 국민에게 다른 주장에 대한 책임을 추궁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치인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다양한 주장을 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정치인은 자신의 주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책임정치인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국민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가 선거로 정치인을 뽑는 이유이다.

헌재의 판결핵심은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는 것이다. 8인의 헌재 재판관 중 가장 보수적 성향을 지녔다는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하여 파면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은 이념문제가 아니다. 헌법정신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억울하게 죽으면서도 “악법도 법이다”라고 받아들였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정의를 바로 세우면 된다. 국민이 둘로 나누어질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본다. 진보와 보수적 성향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현상이다. 이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기도 하다. 국민이 획일적 성향을 띄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지금 한국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반목이나 이념이 아니라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를 실현하는 것이다. 더는 정치인에게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 하루빨리 사랑하는 조국이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파탄으로 고통받는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

 

탄핵 열차가 멈춘 지금도 헌재 앞을 차벽으로 막아야 하는 안타까운 한국에서 황문선 뉴스타임 현장취재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