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향기

옛 그림 속 우리 악기 – 거문고 편(1)

음악이 세월에 따라 변하듯이 악기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역할이 달라지곤 한다. 우리악기 중에도 ‘시대의 흐름’을 절감케 하는 악기가 있으니 바로 ‘거문고’이다. 창작음악의 비중이 높아진 요즘은 가야금이나 해금 등이 주목 받는 악기로 떠오르고 있지만 예전에는 거문고를 ‘백악지장(百樂之丈)’ 즉, 백가지 악기 중 으뜸이라 불렀다.

거문고는 선비들이 사랑하던 ‘선비의 악기’였다. 선비들은 세상 공명이 헛되다는 깨달음을 얻을 때 거문고를 연주했다. 서재에서 홀로 마음을 추스르며 거문고를 연주했으며 거문고를 들고 야외로 나가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거문고를 들고 벗의 집을 찾아 나서기도 했고 벗들을 집으로 초청해서 한바탕 풍류를 즐기기도 했다. 또한 선비들은 책상 오른쪽에 거문고를 놓곤 했는데 이것은 학문을 닦는 선비의 자랑이요, 덕을 기르는 상징이었으며 ‘금서’, 거문고와 책을 아우른다는 말이 있듯이 거문고는 선비 수업의 필수이기도 했다. 거문고를 탈 때의 마음자세를 일컬어 ‘금사심’이라 하는데 이는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연주에 임하지 않으면 깊은 소리를 얻지 못한다는 뜻이니 이것 또한 선비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그렇다면 왜 선비들이 거문고를 그토록 아낀 것일까? 공자는 ‘금을 가까이 두고, 마음이 바르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금하라’ 라는 말을했는데 이런 공자의 가르침이 선비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또한 힘이 있는 거문고의 음색 때문에 선비들이 거문고를 특히 아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고 거문고의 절제미 때문에 선비들이 거문고를 애호했다는 이야기도 한다. 옛 글, 옛 시들을 보면 선비들이 ‘거문고’를 어떤 마음으로 연주했는지를 알 수 있다.

박근희(국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