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향기

옛 그림 속 우리 악기 – 거문고 편(2)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을 보면 마음의 시름을 잊기 위해 거문고를 타는, 혼자 즐기는 거문고의 절제미를 느낄 수 있으며 조선 후기 김창업은 이런 글을 남겼다.

거문고 줄 꽂아놓고

홀연히 잠에 든 제

시문견폐성(柴門犬吠聲)에

반가운 벗 오는고야

아희야 점심도 하려니와

탁주 먼저 내어라

이 시의 내용은, 거문고 줄을 잘 골라 놓았지만 들어줄 사람이 없어 결국 거문고를 벽 한구석에 세워놓고홀연히 잠이 들었는데 마침 연주를 들어줄 벗이 찾아와서 무척 반가워 한다는 것이다. 이 시를 읽다 보면 ‘지음(知音)’이라 는 말을 만들어낸 백아와 종자기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자신의 음악을 알아주는 종자기가 병들어 죽자, 거문고 줄을 끊어버렸다는 백아의 이야기처럼 거문고는 ‘선비들의 사귐’에서도 빼 놓을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거문고가 달라지고 있다. 거문고의 가능성을 넓히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거문고를 위한 창작음악이 꾸준히 작곡되고 있으며, 새로운 주법도 개발되고, 악기도 개량되고 있다. 그리고 거문고 연주자들의 창작음악 음반이 발표되는가 하면 거문고 연주단체들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이미 거문고라는 악기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우리음악계에서는 거문고가 다시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거문고의 부활이 단지, 현대적 악기로써의 재탄생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거문고가 그 본연의 모습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악기로, 벗과의 사귐을 위한 악기로 다시 우리 곁에 다가선다면, 거문고를 곁에 둔 이들은 ‘선비 정신’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거문고가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은 선비정신이 잊혀졌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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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상단이미지)강세황 ‘현정승집도(玄亭勝集圖)’. 1747년 여름날 처남인 해암 유경종의 현곡(玄谷) 청문당(淸聞堂)에서 벗들과 모여 시를 읊고 거문고를 타면서 풍류를 즐기는 장면을 그림, (좌하단) 김득신 ‘야연’ (夜宴) 소나무 밑에서 거문고를 타는 선비들을 그린 그림, (우하단)단원 김홍도 ‘단원도’

박근희(국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