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Time

Coffee Time

나는 비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가랑비, 이슬비, 보슬비, 소낙비, 가을비, 장대비 등등.

그래서 그런지 봄비라는 노래를 종종 불렀고,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를 자주 읽었고, 비가 오면 일부러 차를 몰고 시골 뒷마당의 흙냄새를 맡아보러 가곤 했었다.

지붕의 채양에 부딪히는 빗소리, 풀섶에 떨어지는 가느다란 빗소리, 흘러내리는 낙숫물 소리…

 

좀 특이한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비 오는 날 공부가 더 집중되었고

일 역시 차분하게 잘 진행되었던 것을 느낀다.

연애 시절에는 비 오는 날의 카페가 더 운치 있었고, 같이 한 우산 쓰고 명동 거리를 걸었던 추억이 좋았고, 시골 처마 밑에서 함께 비를 피했던 그 순간이 좋았다.

 

기억에 남는 여행 또한 비 오는 날의 풍경이다.

산정호수, 삼악산장, 뮌헨의 목장, 도쿄 정원의 촉촉한 비 그리고 필리핀 어느 마을의 장대비 등등

 

분주함을 다독이듯 차분하게 비가 내리고 있다.

적당한 습기가  마른 대지를 적시며 만들어 내는 무아의 정취를 느끼며 가까운 공원에서 산책이라도  하고 싶다.

 

빈들에 마른 풀 같이 시들은 나의 영혼에도 단비가 내리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