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향기

한국의 전통악기(1)

한국의 전통악기 중에는 화려한 색깔과 무늬로 장식된 악기들이 많다. 용이나 봉황, 호랑이 그리고 기러기 등이 그려진 악기도 있고 태극무늬가 그려져 있기도 한데 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오방색-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을 주로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이런 무늬와 색깔을 그냥보고 지나쳤었다. 그저 옛 사람들이 좋아하던 무늬이고 색깔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놀랍게도 이런 무늬와 색깔을 사용한데는 나름의 의미가 있고 철학적 사상이 담겨있다. 먼저 편종과 편경을 보자. ‘편종’은 나무로 만든 틀에 16개의 종을 위, 아래 두 단으로 8개씩 나누어 매달아 놓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종뉴’, 즉 종이 매달려 있는 윗부분을 살펴보면 두 마리의 용이 장식 되어져 있다.

예로부터 용은 권위를 상징했고 신성한 영물로 여겨졌으며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동물로도 여겨졌다. 편종의 틀 양편에도 용의 머리가 새겨져 있는데 이 용을 ‘포뢰’라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포뢰는 고래를 제일 무서워하고 고래가 갑자기 포뢰를 공격하면 크게 놀라 큰 고함을 지른다고 한다. 따라서 우렁찬 소리가 나는 훌륭한 편종을 만들고자 하는 염원과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상징하기 위해 포뢰를 편종의 장식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래서 편종을 치는 ‘당’은 고래 모양으로 만든다. 또한 이 포뢰가 물고 있는 ‘색사유소’ 즉, 구슬과 끈으로 내려 드리우는 장식은 다섯 가지 색으로 돼 있어서 ‘오행’을 상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대규모 합주 음악에서 편종과 함께 편성되는 편경은 편종과 비슷한 모습인데 ㄱ자 모양의 돌을 매달아 놓은 것이 종을 매달아 둔 편종과는 다르다. 편경의 틀을 받치고 있는 것은 ‘백아’, 즉 흰기러기이다. 예로부터 기러기는 암컷과 수컷이 사이가 좋은 동물로 알려져 있고 절개 있는 선비를 상징한다. 편경에 흰기러기가 장식된 이유는 경의 소리가 맑고 청아한 것을 상징하는 것이고 또한 기러기가 하늘을 나는 동물이기 때문에 그 소리가 멀리에서도 들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편경의 양 틀 위에 ‘봉두’ 즉, 봉황의 머리가 장식돼 있는데 봉황은 용과 함께 고귀함을 상징하며 봉황의 머리는 ‘덕’, 날개는 ‘의’, 등은 ‘예’, 가슴은 ‘인’, 배는 ‘신’을 상징한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봉황이 나타나면 성군의 덕치가 펼쳐져 천하가 태평해 진다고 믿었고 편경 소리가 울려 퍼져 천하가 태평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편경에 봉황을 장식한 것이다.

사진 : 편종(좌)과 편경(우).


박근희(국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