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향기

한국의 전통악기(4)

축과 어의 경우를 자세히 살펴보자. ‘어’는 백호, 즉 흰색 호랑이의 모습 을 하고 있는데 예로부터 호랑이는 짐승의 왕으로, 그리고 산신으로 숭 배돼 왔고, 잡귀를 물리치는 벽사의 영물로 인식돼 왔다.

특히 백호는 사신(四神)중 하나로 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가을을 상징 한다. 서쪽 방향의 상징물인 백호가 가을을 상징하는 것은 해가 서쪽으 로 기울어 양기가 쇠하고 하루를 마 감하는 것과 같이 가을 역시 생명 의 성장이 서서히 쇠하는 음의 계절이기 때문 이다. 그래서 음악을 마치는 것 또 한 하루 해를 마감하는 서쪽 방향 이나 만물의 성장이 쇠하는 가을과 비슷하기 때문에 음악을 마칠 때 연 주하는 어를 백호의 모습으로 만든 것이다. 또한 어에 있는 27개의 톱날은 3과 9를 곱한 수인데 음을 상징하는 백 호에 양수인 3과 9를 사용한 것도 음양의 조화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반면 어와 짝을 이루는 ‘축’은 음악 을 시작할 때 연주한다. 축의 모양 은 나무상자와 비슷한데 바닥 면이 좁고 위가 약간 넓은 사다리꼴 모양 의 육면체이고 사면에 는 산수화가 그려져 있고 뚜껑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구름이 그려져 있다. 또한 윗면 가운데 에 구멍이 뚫려 있 고 그 구멍 속에 방 망이가 꽂혀 있어 서 이 방망이로 상 자 밑바닥을 내려 쳐서 소리를 낸다. 축을 치는 수직적인 동작 은 땅과 하늘을 열어 음악을 시작 한다는 의미이고, 축은 동쪽에 배치 가 되는데, 동쪽은 봄을 상징하며 만물생성의 ‘시작’을 상징한다. 그래서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축을 동 쪽에 배치하는 것이다. 또한 축의 사방의 길이는 2尺 4寸으 로 짝수인데 짝수는 음의 수이고 따 라서 양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축 을 짝수의 크기로 제작을 해서 음양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우리 악기가 담고 있는 상징의 세계 는 넓고도 넓다.

이렇게 악기에 담긴 상징성과 악기 배치와 연주법에 담긴 상 징성을 알아가는 과정은 악기의 전설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재미난 일이다. 이러한 비밀들을 알고 나면 악기의 생김새나 색깔 그리고 연주법들이 범상치 않게 여겨지고 그래서 우리 악기가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우리악기 속에 담긴 상징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악기와 우리음 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 라 생각한다. 요즘 우리는 물건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혹은 외면하고 살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주변의 물건들 하나 하나에도 의미와 뜻을 담아 귀하게 여겼던 옛 사람들의 지혜가 귀감이 되리라 생 각한다.

사진:어(상단), 축(하단)

박근희(국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