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향기

천년토록 영원한 생명의 음악 ‘천년만세’ (千年萬歲) (2)

우리음악 중, 초록을 닮은 음악은 참으로 많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천년만세는 초록 가득한 거리를 걸으며 들으면 제격인 음악이다.

천년만세는 율방(律房)의 대표음악이다. 조선 후기, 전통적인 사회계층이 조금씩 무너지면서 경제력을 갖춘 이들이 급 부상하게 되고, 그들은 새로운 문화 향수 층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 중 가객(歌客)과 금객(琴客)들은 율방에 모여 풍류를 즐기며 인생을 논하곤 했다. 따라서 율방에서 급하고 자극적인 음악이 연주 되었을리 없으며 그래서 율방의 대표 음악인 천년만세는 언제 들어도 편안하고 단아한 느낌이다.

천년만세는 세 곡을 하나로 이어 연주한다. 그리고 이 중, 두 번째 곡인 양청도드리는 정악 곡 중 가장 빠른곡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빠르기를 요즘 우리들의 템포감으로 미루어 짐작해서는 안 된다. 목에 숨이 차오르는 빠름이 아닌, 스무 살 젊은 청춘이 나들이를 가듯, 경쾌하고 거뜬거뜬한 음악이 바로 양청도드리이다. 그리고 양청도드리의 전 후에는 계면가락 도드리와 우조가락 도드리가 연주 되는데, 이러한 “느림-빠름-느림”의 틀은, 대부분이 “느림-빠름”으로 구성 돼 있는 여타 우리음악과 는 구분이 되는 천년만세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천년만세는 거문고가 중심이 되고 여기에 가야금과 양금, 그리고 세피리, 대금, 해금, 단소, 장구가 함께 편성된다. 이 중, 양금과 단소는 천년만세의 양념과도 같은 존재다. 맑고 투명한 음색으로 점잖은 대금과 피리의 가락을 적당히 부드럽게 해주고 가야금과 거문고와 같은 현악기의 울림을 더욱 또렷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년만세에서는 대 편성의 장중한 정악곡에서는 맛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맛이 느껴지고 따라서 정악이면서도 무겁지 않은 이 음악은s 민간에서도 자주 연주되었다 한다. 옛 사람들처럼 율방에 모여 천년만세를 연주 할 수는 없지만 “천년토록 영원한 생명”을 꿈꾸는 이 음악을 들으며 초록 가득한 거리를 걸어 보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의 말처럼, 신록이 우리의 마음 구석구석을 씻어 내준다면, 천년만세 또한 거기에 박자를 맞춰 줄 것이다. 그래서 복잡한 머리와 소음에 시달리는 귀를 씻어 줄 것이고 목적 없이 외출을 하곤 하는 내 마음 또한 어루만져 줄지도 모를 일이다.

박근희(국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