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향기

버들은 실이 되고(2)

이 노래에서 버드나무 가지에 무정세월을 묶어 두려 했다면 버들을 ‘실’로 여긴 노래도 있다. 바로 여창가곡 이수대엽 ‘버들은’이다.

『버들은 실이 피고 꾀꼬리는 북이 되어 구십삼춘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누구서 녹음방초를 승하시라 허든고』

여기서 ‘버들은 실이 된다’는 것은 버들이 ‘날실’이 된다는 것이고 여인인 듯한 이 노래의 주인공은 버들을 날실로 삼고, 꾀꼬리를 씨실로 삼아 ‘구십삼춘’, 즉 ‘봄 석달’ 내내 바느질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실들로 무엇을 바느질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마음속의 ‘시름’이며 이 시름이 왜 생겼는고 하니 임과의 이별때문에 생긴 것이다. 따라서 이 노래는 사랑하는 임과 이별을 한 여인의 노래이며 어쩐지 그 여인은 버드나무를 닮은 아리따운 자태를 가지고 있을 것만 같다. 아마도 나의 이런 상상은 옛 사람들이 아름다운 여인을 버드나무에 비유해서 그 갸름한 눈썹과 잘록한 허리,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여인의 ‘시름을 짜는 바느질’은 언제까지 계속되는 것일까.  이 노래의 끝은 ‘누구서 녹음방초를 승하시라 허든고’로 돼 있는데 여기서 ‘녹음방초’란 ‘우거진 나무 그늘과 싱그러운 풀’을 뜻하고 ‘녹음 방초 승화시’란 ‘녹음방초가 꽃보다 나은 시절’을 뜻한다. 그러니 여인의 그리움은 여름까지도 계속된다는 것이고, 어쩌면 황국단풍의 계절 가을과 백설이 설설내리는 겨울까지도 여인의 기다림은 계속될지도 모를 일이다.

박근희(국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