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향기

버들은 실이 되고(3)

『 버들은 실이 피고 꾀꼬리는 북이 되어 구십삼춘에 짜내느니 나의 시름 누구서 녹음방초를 승하시라 허든고 』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옛 사람들은 이별의 슬픔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을 하는구나’… 아마도 요즘 노래 같으면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실연의 아픔을 노래했을 것이다. 하지만 옛 사람들은 이렇게 가슴을 파고드는 아픔도 돌려 말할 줄 알았다.특히 가곡 ‘이수대엽’은 무척 느린 음악이다. 제대로 부르면 10분이 넘는 가락이니 그 기나긴 가락에 얹어 노래되는 여인의 ‘끝나지 않는 긴 이별’은 더욱 사무치게 다가온다.

가끔은 이런 노래도 필요 할 것 같다. 마음속에 그리움이 쌓일 때, 그리고 그 그리움 때문에 숨조차 쉴 수 없을 때, 요즘 노래처럼 소리를 질러 슬픔을 토해 내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느짓한 가락에 맞춰 호흡을 고르다 보면 ‘슬픔’으로 짜낸 ‘시름’이라는 근사한 옷감이 완성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옷감으로 옷을 지어 입는다면 옷고름에 슬픔을 감추고 살았던 옛 여인들의 은근함, 혹은 버드나무를 닮은 노래 속 여인의 자태를 닮을 수 있지 않을까.

젊고 화사한 여인들도 아름답지만 세월의 깊이를 알고 시련의 고비를 넘긴 여인들은 더욱 아름답다.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에 등장하는 젊음의 뒤안길에서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

박근희(국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