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향기

흥타령 – “흥”으로 기쁨과 슬픔을 넘나들다 (1)

한국사람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눈물이 많은 사람들이다. 슬플 때 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기뻐도 눈물을 흘린다. 따라서 ‘눈물’의 종류도 다양할 것이고 그래서 옛 사람들은 눈물이 흐르는 모습도 구분했으니, 마냥 흘려버리는 눈물이 있고, 눈 가에 괴어만 있을뿐 흘려서는 안 되는 눈물이 있으며 일직선으로 흘러내리는 눈물, 그리고 갈라져 흐르되 얼굴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눈물 등으로 구분을 했다.

그리고 이들을 각각 다른 한자어로 사용해서 표현했다고 하니 그 섬세한 표현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우리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음악에 담긴 눈물 또한 다양하다.감정의 표현을 가능한 자제한, 그래서 눈가에 괴어만 있고 “흘리면 안 되는 눈물”처럼, 속으로 속으로 삭혀 들어가는 음악이 있는가 하면 슬픔의 구비 구비를 절절히 풀어서 목놓아 노래하는 “마냥 우는 음악”도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함께 담겨 있는 음악도 있으며 더 나아가 기쁨과 슬픔을 넘나드는 그런 음악도 있다.

나는 기쁨과 슬픔을 넘나드는 노래로 “흥타령”을 꼽고싶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흥타령.. 하면 이 가사를 떠올릴 것이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너도나도 꿈속이요, 이곳저곳도 꿈이로다/ 꿈 깨이면 또 꿈이고, 깨인꿈도 꿈이로다/ 꿈에 나서 꿈에 죽어 가는 이곳 부질없다.

무엇이었을까. 이 가사를 지어 부른 사람을 그다지도 힘들게 했던 슬픔이… 노래라기보다는 ‘눈물’같은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저절로 허무해지고 세상사가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하지만 뒤 이어 나오는 이 노랫말-흥타령의 후렴을 듣고 나면 다시 마음을 추스르게 된다.  ‘아이고대고 허허 성화가 났네 흥’ “아이고”라는.. “울음”으로 시작을 하지만 그 뒤에는 곧 바로 “허허”라는 말이 붙는다. “허허”는 웃음소리이지만 감탄사로 쓰이면 “너무 기가 막혀 탄식하는 말”이 된다. 허허로운 마음에서 허탈감을 가득 담고 내 뱉는 말이 “허허”인가 보다. 그리고 흥타령에서 이 “허허”는 무언가를 툴툴 털어 내는 듯한 가락에 얹어진다. 따라서 이‘털어 버리는 가락’과 함께, 뒤엉켜 있던 슬픔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마음이 홀가분해짐을 느낄 수 있다. 마치 깊은 한숨을 쉰 뒤의 시원함처럼, 마음을 비울 때 찾아오는 평온함처럼…

<다음주에 계속>

박근희(국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