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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지 / 극단 판, 최강지액터즈 스튜디오 대표, 68세

함께 작업을 했던 옛 제자가 캘거리에 이민을 와서 살고있 다. 옛 제자의 집을 내 집처럼 여름 휴가 삼아 방문하기 시 작한 지 벌써 15년이다. 매번 올 때마다 여름 방학을 꼬박 지내고 가니, 나는 말 그대로 서양식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 다. 한국에서는 휴가 한 번 떠나려면 이고 지고 싸서 밀린 숙제 해 나가듯 후딱후딱 해치워버리지 않는가. 삶의 터전 이 휴가지로 옮겨진 듯 한 곳에서 오래 머물며 주위를 구 경도 하고 휴식도 하는 서양식 휴가를 즐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대부터 7년간 연극판에서 생활해왔다. 80년 ‘아마데우스’를 무대에 올린 후, 실패한 작품이라며 자 책했다. 연기란 무엇인가?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론이 아닌 실기를 배우기 위해 내 나이 35세가 되던 1983 년 9월 파리로 연기를 공부하기 위해 떠났다. 5년 후 한국 에 돌아왔고, 나는 한국 최초로 ‘연기실기’를 배워온 유학파 연극인이 되었다.

짝사랑하듯 연극에 미친 듯이 빠졌다. 연극은 내겐 남편이자 자식이 되었다. 어느새 눈을 떠보니 내 나이 70이 되어가고 있다. 남는 건 없고, 명예를 얻은 것 도 아니다. 그렇다고 부를 쌓은 것도 아니다. 어느 분야에 서건 이만큼의 노력을 해왔다면 적어도 무언가 남는 것은 있지 않았을까 싶다. 후회를 모르고 살았는데 나이 들고 나 를 돌아다보면서 후회도 생긴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것 을 발견했고 꾸준히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며 감사할 일이다.

한국연극계는 여전히 열악하다. 매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마다 표를 사달라고 매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연극계는 여전히 가난을 면치못하고 있다. 대 소극장을 무론하고 객석이 가득찼던 파리의 연극 환경이 부러웠다.

내 나라 대한민국에도 이런 환경이 오리라는 꿈을 꾸었다. 30년이 흐른 지금도 변함없는 작업 환경을 보면 저절로 후회가 새어나온다. 그럼에도, 나는 자신있게 대답한다. 다시 태어나도 연극쟁이로 살 거라고. 최강지 액터스스쿨의 제자들과 모든 국민이 연극을 사랑하는 그날까지 나의 행진은 계속 될거라고.

취재 : 백전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