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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섭(88세), 장봉숙(80세)

오후 2시 쯤이면, 아내 손을 잡고 웬디스에 가서 커피를 마십니다.

 

이북에서 가난하지만 근면했던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4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평양고보를 졸업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대학 3년 때 6.25 전쟁이 일어났고 나 역시 입대하여 미군 통역관으로 5년 2개월을 복무하여야 했습니다.

제대후 학업을 마치니, 내 나이 28세, 혼자 된 몸으로 어렵사리 외동아들만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뜻을 따라서 한국은행에 입사했고 남산동에 주택을 마련한 후 당시 이화여대 학생이었던 아내와 미아이( 중매)를 통해서 만나게 되었는데, 어머니께서 적당한 처자라고 하셔서 순종하여 결혼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적당’이라는 표현이 다소 다르게 사용되고 있으나 당시에는 ‘딱 들어맞는’ ‘아주 딱 맞는’ 그런 의미를 뜻하는 것이었어요.

 

올해 결혼 58년 입니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던 순간들, 과로로 인해 병상에서 삶의 끝인가 보다 하며 절망하던 순간들, 아내에게도 나와의 결혼생활이 쉽지 않았던 것을 짐작은 했었지만, 내색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고, 그당시 남자는 그런 것을 무심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분위기였지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사라지는 말로 표현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여…몇해 전 아내에게 나의 마음을 카드에 써서 전했습니다.

 

참전용사 호국영웅메달 그리고 한국은행 정년퇴임 때 받은 기념주화앨범, 감사패를오랫만에 꺼내어 봅니다. 아내는 지난 봄 내가 혼수 상태로 병원치레를 한 이후, 이런 저런 정리를 하고 있는데 이제는 그럴 때인가 봅니다.

 

어느새 내 자녀들의 머리에도 하얀꽃이 피어나고,예전의 나의 바빴던 일상은 사라졌지만 여유로운 오후의 산책과 커피가 있으니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