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선의 실타래

살아가는 이유 : 빨리 빨리 중독에서 벗어나기

달팽이 삶

어느 화창한 일요일 아내와 산책 중이었다. 보도 위 달팽이가 기어가고 있었다. 한 시간 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마주 친 달팽이는 여전히 보도 위를 기어가고 있었고 약간 물기 어린 흔적으로 그 거리를 알 수 있었다. 내 걸음으로 두 걸음이나 될까 싶었다. 문득 아내에게 달팽이가 되어 말했다.

아! 힘들다! 왜 이렇게 먼 거야! 가도가도 끝이 없네! 이 길의 끝이 어디야?

달팽이도 산책 중이었을까? 아니면 사색의 시간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그저 길이 있어 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달팽이의 삶에서 보자면 무엇을 하던 자신의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빨리

가서 무엇을 해야 할 필요도 다른 달팽이와 경쟁에서 이겨야 할 일도 없다. 그렇다고 달팽이의 삶이 부러운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더 빠르게, 더 열심히, 더 바쁘게 경쟁에서 이기고자 사는 우리네 삶이 가여워서 하는 말이다. 외국을 여행하다 레스토랑에서 이국인 서버에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빨리 빨리다. 그들도 안다. 시간이 곧 돈이고, 경쟁에서의 승리는 속도가 좌우한다고 몰아세운다. 그리고 끝없는 경쟁은 전 국민을 빨리 빨리 중독증에 감염시켰다.

 

갤럭시노트 7의 조급증이 부른 7조원의 손실

제품출시 54일만에 단종을 맞은 갤럭시노트 7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애플과의 경쟁을 의식한 조기출시와 발화사고로 인한 리콜, 조급증이 부른 신제품 출시와 반복된 발화사고로 삼성전자는

7조원의 손실을 안고 갤럭시노트 7의 단종을 선언했다. 삼성은 경쟁사인 애플과의 경쟁에서 속도전을 통해 시장장악을 급속히 늘려나갔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전세계 시장을 경쟁사에 내주고 뒤짐만 지고 있게 된 것이다. 무엇이 이런 대규모 참사를 불러 일으켰을까? 필자는 빨리 빨리 증독증이 부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발화사고 초기 이차 전지 전문가인 박철완 박사는 발화제품을 보고 “배터리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지만 빨리 빨리 중독증에 걸린 삼성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가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제품을 새롭게 내놔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발화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7조원의 손실과 천문학적인 기업 브랜드가치의 하락이었다. [SLOW]의 저자 칼 오너리는 Slow thinking is smart working 이라고 했다. 느리게 생각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더 빠르게가 항상 더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최상의 해결책은 우리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노력과 자원을 투입할 때 비로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2010년 토요타 자동차 아키오 사장은 미국 내 대규모 리콜 사태에 직면한 적이 있다. 미국의회에서 아키오 사장은 “우리는 인력과 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속도 보다 더 빠른 성장을 추구했습니다”하고 발언했다. 속도의 늪에 빠져 조직과 인력이 감당할 수 없는 성장위주의 정책으로 삼성전자와 같은 오류를 범한 것이다. 그러나 토요타는 그날을 수치의 원년으로 삼고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약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루아침에 회복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무려 5년의 시간을 들여 마침내 수소연료 자동차인 미라이 양산을 개시할 수 있었다. 5년 뒤인 2014년 토요타는 생산량 1위 110만대, 영업이익 2조8천억엔, 시가총액 1위 자동차부문 22조엔이라는 경이적인 달성을 하였다. 삼성의 재도약은 분명 가능하다. 토요타를 보고 배우는 타산지석이 필요하다.

 

부탄의 행복

인구 약 80만명의 나라, 1인당 GDP 약 2,400달러(2014) 137위, 총 GDP 18억불(2014)의 나라. 그러나 국민총행복부가 있고 학교와 병원비가 무료인 나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을 돈이 아닌 생명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낮은 경제적 상황이지만 영국 레스터 대학의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탄의 행복지수는 8위이다. 경제규모 세계 15위권 이내, MP3기술, LCD모니터, 반도체, 휴대폰 기술, 인터넷 보급기술, 교육열 등 세계1위를 자랑하는 한국의 행복 지수는 100위권 밖이다. 자살율마저도 세계 1위인 한국이다.

부탄의 국민총행복부의 담당 공무원 이렇게 말했다. “국민총생산과 성장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목표가 되면 사람들의 생활도 분주하고 빨라집니다. 그러면 점점 더 오랜 시간을 고되게 일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에는 건강을 잃고 불행해집니다. 이런 현상은 경제성장에만 매달려 삶의 다른 측면을 무시한 결과가 분명합니다. 그래서 부탄에서는 다른 길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부탄의 행복지수가 왜 10위권 이내에 드는지 분명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마인드를 국가 중요 정책결정자로 가진 부탄이 부럽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부탄과, 부자이지만 행복하지 않은 나라 한국인 것이다. 이는 마치 재미없는 천국 캐나다와 재미있는 지옥 한국의 비교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한국이 재미있는 나라던가? 단지 바쁘고 할 일이 많은 나라 아니던가? 빨리 빨리 중독증에 빠진 한국사람들에게는 여유롭고 한가하게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캐나다의 문화는 재미없어 보인다. 항상 일에 쫓겨 사는 스트레스 만땅의 나라 한국은 재미있다고 생각하니 이제 우리 모두 생각을 바꾸자!

늘 서두르며 쫓기듯 사는 것은 재미없다. 여유 자작하면 마치 경쟁에서 낙오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빨리 빨리에게 빼앗긴 시간을 되찾자! 그리고 되찾은 시간에 그냥 쉬자! 쉬면 된다!

지금은 우리에게 휴식이 필요하다!